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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좌완 에이스로 우뚝 선 구창모…“이름만 유망주던 때…의지 형 믿고 의지하자 야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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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NC 다이노스 좌완 토종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는 구창모가 지난 17일 창원NC파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휴대폰 사준다는 말에 야구 첫발
선발 3년차 양의지 선배와 만남
기대감도 자신감도 두 배로 커져

NC에게 ‘9’라는 숫자는 특별하다. 2011년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는 2020시즌 창단 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사이 구창모(23)는 좌완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가 올린 정규시즌 승수도 9승이다. 지난 17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구창모는 자신의 야구인생을 아홉 갈래로 설명했다.

■1. 야구와 첫 만남

구창모는 대학교 시절까지 야구를 했던 아버지(구동현씨) 권유로 초등 4학년에 천안 남산초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갔다. 구씨가 두 아들 중 구창모를 택한 이유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다.

구창모는 “솔직히 안 하고 싶었는데 휴대폰 사준다는 말에 넘어갔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갔는데 버스로 30분 정도 가야 되는 곳이었다. 초등학생인 내게는 상당히 먼 거리여서 매일 울면서 학교에 갔다”고 기억했다. 구창모는 이후 아버지 친구인 최해명 전 두산 코치의 인도로 울산공고 등을 거쳐 선수생활을 이어갔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3순위로 NC 지명을 받았다.

■2. 1군 두 번째 해

1군 데뷔 이듬해인 2017년, 김경문 당시 감독은 “무조건 열 번의 기회를 준다”며 구창모를 전폭 지원했다. 구창모는 31경기에서 7승10패, 평균자책 5.32를 기록했다. 구창모는 “그때는 정신도, 여유도 없었다”고 기억했다. 다음해에도 5승11패로 큰 발전은 없었다. 구창모는 “나도 유망주로 있다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생각을 많이 했다. 집에 가면 우울해서 방에 혼자 틀어박혀 있곤 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었다.

■3. 일어선 선발 세 번째 해

2019시즌 구창모는 처음으로 10승을 달성했다. 포수 양의지라는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록이다. 구창모는 “처음에 의지 선배가 올 때부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자신감이 두 배로 커졌다.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다. 야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승에 성공한 2019년 9월15일 삼성전은 잊을 수 없다. 구창모는 “팬들이 다 같이 이름을 불러주시고 관중석에는 부모님도 계셨다. 평소 표현 안 하시던 아버지도 정말 좋아하셨다”고 했다.

■4. 4월 코로나19의 반전

올시즌은 코로나19로 4월이 아닌 5월에 시즌이 열렸다. 구창모에게는 반전이었다. 2019시즌 이후 허리 피로 골절 부상을 입었던 구창모는 겨우내 재활 과정을 거쳤다. 그는 “사실 캠프 때까지만 해도 공이 안 좋아서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투구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시즌 개막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준비를 했다. 한국에 돌아와 청백전부터 몸 상태가 올라왔다. 그래서 그 컨디션을 그대로 끌고 시즌 개막을 맞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승승장구하다 부상 이탈
좌완 투수 없는 NC 입단은 행운
롤모델 양현종 선배의 길 걸을 것

■5. 5월 출발과 위기들

5월 개막 첫달 5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 0.51. 최고의 시간이었다. 6월에도 승승장구한 구창모는 6월25일 KT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위기를 맞았다. 4이닝 동안 8안타 1볼넷 5실점(4자책)으로 시즌 최소 이닝, 최다 실점을 기록했다. 구창모는 “손민한 코치님이 ‘다음부터는 바로 3연승할 거다’라고 하셨다. 그런데 진짜로 3연승을 했다. 위기였지만 쉬어 가는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10승을 목전에 앞둔 7월 말에는 불의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올시즌 통틀어 가장 힘든 시기였다.

■6. KS 6이닝의 시작

구창모는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로 등판했다. 그는 “갑자기 세게 던지려 하니까 영점이 안 잡히더라. 오랜만에 선 큰 경기이다보니 긴장감도 적지 않게 컸다. 초반에는 제구가 마음대로 안 되어서 말 그대로 ‘멘붕’이 왔다. 시즌 때에도 못 겪어본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런 그를 다독인 건 양의지였다. 구창모는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양의지 선배가 자신감을 심어주는 이야기를 계속 해줬다. 또 잘 안 되던 변화구를 일부러 계속 던지게 했고 그게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4회부터 제 페이스를 찾아갔다”고 했다. 구창모는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는 기록했다. 1차전 6이닝으로 감을 찾은 구창모는 5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한국시리즈 첫 선발승을 따냈다.

■7. 행운의 순간

구창모는 NC 입단을 자신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내가 NC에 들어올 때 좌완 투수가 없었다. 첫해인 2015년에는 2군에 있었지만 그해를 마치고 이혜천, 손민한 등 선배님들이 은퇴를 하면서 모든 상황이 맞물렸다. 내가 다른 팀에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8. 9에 부족한 -1

구창모는 부족한 부분이 내구성이라는 것을 잘 안다. 올겨울에는 몸 전체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구창모는 “지난해 몸을 열심히 만들어서 체중을 유지해왔는데 부상을 당한 뒤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 이제는 그런 상황에서도 체중 변동이 없도록 몸을 만들겠다”고 했다.

■9. 구창모의 길

구창모의 롤모델은 KIA 양현종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고 인성 면에서도 모든 선수들의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야구를 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인성적인 부분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상황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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