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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윤석열의 지도자 자질을 본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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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윤석열의 지도자 자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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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인을 한 사람만 꼽으라면 여러분은 누구를 떠올리시겠습니까.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은 주저 없이 조선일보 주필을 지낸 김대중 칼럼니스트를 지목할 것입니다. 올해 여든한 살인 김대중은 어언 언론인 경력 56년을 헤아린다. 시사저널이 해마다 실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십 수 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언론인이다. 그가 써왔던 수많은 명편 칼럼과 사설은 그를 국민 논객으로 불러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어제 언론인 김대중이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 그것은 특정 개인을 가장 바람직하고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추켜세운 것이다. 그 사람은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김대중은 칼럼 ‘윤석열을 주목한다’를 게재하고, 첫 부분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은 정직 2개월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하면서 소송 성격에 대해 ‘대통령에 대한 소성이 맞다’고 했다. (…) 관료사회의 권위주의적 구조가 극심한 우리나라에서 장관급이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저런 용기와 배짱은 어디서 나왔을까?”

김대중은 본인이 묻고 본인이 대답한다. 이렇게 돼 있다. 이것은 단지 윤 총장의 용기와 무모함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원칙, 법치에 어긋난 것을 정치로 덮을 수 없다는 원리, 권력으로 불법을 호도하려는 권력 남용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정의감의 문제다. 여기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하기 힘든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윤석열이라는 사람의 지도자 자질을 본다. 지금까지 이 나라의 정치 권력자들은 정치권 주변에서 술수 요령을 배우고 몇 차례 선거를 거처 국회에 진출하고 경쟁자와 이전투구를 벌인 끝에 지도자 반열에 오르곤 했다. 윤석열은 아니다.”

그렇다. 국민 논객 김대중은 윤석열이라는 사람의 ‘정의감’과 ‘지도자 자질’을 적극 확인하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집권 세력은 지난 3년 반 동안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만들고 운용하기 시작했다. 기업 규제, 대북 전단 금지, 국정원 대북 사찰 금지에서 보듯 헌법적 장치들을 무차별적으로 처리했다. 그야말로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듯 각종 금지법을 토해냈다. 그런데 집권 세력에게도 뜻하지 않은 장애물과 암초가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윤석열이다. 윤석열이란 한 사람이 중요한 길목을 떡 버티고 서서 저들의 막무가내 횡포를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김대중 칼럼니스트의 진단을 직접 보겠다. “의기양양한 집권 세력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한 줌 안 되는 일부 언론, 좌파 진영을 이탈한 양심 논객 몇 명뿐이었다. 그런데 ‘윤석열’이라는 암초가 등장한 것이다. 더구나 이 ‘암초’는 자기들이 논공행상 조로 임명한 존재다. 그가 쉽게 타협하지 않을 기세로 나오자 집권 세력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전위부대들이 벌 떼처럼 일어나 ‘아니 감히 대통령에게···’라며 소리를 질러댔지만 윤 총장은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일부 정치부 기자나 정치 평론가 중에는 윤석열의 잠재력은 여기까지일 뿐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대쪽 같은 검찰총장으로서 윤석열과 막상 대선 주자를 꿈꾸는 정치인 윤석열은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다. 이 사람들은 검사 윤석열은 몰라도 대선 주자 윤석열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비관론자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명쾌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렇다. “흔히 대선 전에 여론조사에서 앞섰다가 중도에 곤두박질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기가 허풍이었던 경험을 우리는 여러 차례 겪었다. 여론조사의 숫자가 결코 실제 표로 연결되지 않은 전례도 있다. 상대방의 폭로전에 걸려 넘어진 적도 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윤 총장을 평가절하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윤 총장은 무명에서 치고 올라온 인물이다. 그는 정치에 연루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정치권 언저리를 기웃거린 적도 없다. 그는 자기 이름을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그의 인기는 그의 용기·철학·신념·정의감에 감동받은 국민들의 자발적 평가인 셈이다. 그리고 문 정권의 좌파 독재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이것은 한마디로 윤석열과 함께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떠올리지 말라는 것이다. 윤석열의 지지율은 순수하게 그의 행동에 감동받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평가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물론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다. 야당 지지자 중에는 윤석열 검사가 앞선 정부를 붕괴시킨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들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김대중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돼 있다. “친박은 그가 박근혜 정부를 넘어뜨린 원인 제공자라며 거부반응을 보이는데, 윤 총장으로서는 그것이 박근혜·이명박 정권이건 문재인 정권이건 가리지 않고 같은 잣대를 들이댄 원칙론자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윤석열을 주목한다’는 칼럼의 결론 부분에서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앞으로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윤석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로드맵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엄혹한 국난 상황에서 어떻게 나라를 구하고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그의 책임감, 사명감을 자극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를 야당의 중진들이 이끄는 반문(反文) 연대라는 중간 지대를 통해 야권에 합류시키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야권의 단일화를 이끌어낼 의지와 결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반문 연대라는 중간 지대를 통해 윤석열을 야권에 합류시키는 모양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야당의 중진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여러분 다 아시는 것처럼 어제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홍순욱 재판장은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윤석열 총장 중징계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홍순욱 부장판사는 내일 24일 한 차례 더 추가 심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징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은 크리스마스이브 늦게 밝혀지거나 혹은 성탄절 아침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홍 판사는 어제 심문에서 징계 사유 자체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즉 지난번 가처분 신청 때는 재판부가 징계의 절차적 정당성을 주로 문제 삼았다면 이번에는 징계의 근본적 사유에 대한 정당성을 살피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법무부 측은 주로 이런 논리를 펴고 있다. “행정부의 수반은 대통령이고,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따라서 집행정지 신청에 인용된다면 헌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징계 처분에는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복리가 들어있다.” 반면 윤석열 총장 측은 이렇게 주장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이 나라의 법치주의에 심각한 침해를 끼치는 손해가 있기 때문에 이런 법치주의의 침해 상태를 1초라도 방치할 수 없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절체절명의 시점에 문 대통령은 어제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5부 요인을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형식상 코로나 대응 회의라고는 했으나, “삼권분립 체제에서 중요 재판을 앞두고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청와대로 부른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또한 신문들이 흔히 이번 재판에 ‘윤석열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표현하는 것에 반발하는 시청자분들이 계셨다. 내일 모레 있게 될 법원의 판단은 윤석열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문재인 정권의 운명이 걸려 있는 것이고, 나아가 이 나라의 법치주의가 달려 있다고 보는 견해다. 이번 결정은 해방 이후 가장 중요한 판결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 논객 김대중은 윤석열에게서 검사로서의 원칙주의는 물론이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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