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14조2000억원 규모로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매출 증대효과가 4조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소비 진작효과는 과거 해외사례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체감경기 개선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활동 위축으로 여행·숙박업 등 대면서비스 업종은 지원금 지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구소득 보전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피해 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정책포럼 제281호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미루, 오윤해 연구위원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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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신용·체크카드 매출액 증가분(코로나 확산 둔화 효과 등은 배제)을 약 4조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한 1차 지원금 중 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11조1000억~15조3000억원의 26.2~36.1%다. 100만원(4인 이상 가구 기준)의 재난지원금을 받은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26만~36만원을 더 썼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이 2009년 지급한 소비쿠폰의 소비증대 효과(약 24.3%)보다는 높고 미국이 2001년 세금감면으로 가계소득을 지원한 정책(20~40%)과는 유사한 수준이다. 소비로 이어지지 못한 나머지 약 70%의 재난지원금은 가계가 채무 상환이나 저축하는 데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KDI는 설명했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4조원은 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나타난 매출 증대 효과이며, 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가 30% 정도면 해외 사례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라며 “예를 들어 평상시 소득이었다면 채무 상환이나 저축을 생각하지 못했을 상황에서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아 일부는 가계의 채무 상환이나 저축에 쓰고 나머지 자금을 소비에 썼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단순히 ‘100만원을 받아서 소비진작 효과가 고작 30만원 밖에 안되느냐’라고만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기별 지원금 지급 효과를 보면 지급 직후 한 달간 효과가 큰 반면 이후엔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감소했다. 전체 신용·체크카드 매출액은 지원금 지급 직후인 5월11일부터 6월21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약 7.3% 증가했으나 이후 증가폭이 점차 축소돼 7월과 8월엔 6.1% 수준을 보였다.
지원금 지급으로 전체적인 민간소비는 증가했지만 업종별 소비진작 효과는 편차가 컸다. 올해 2분기 국내 실질총생산은 전기보다 3.2% 감소했지만 민간소비는 1.5% 증가했다. 지원금은 지급 사용처를 제한하면서 해당 기간 슈퍼마켓·잡화점의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반면 지원금 사용이 금지된 백화점의 판매액은 같은 기간 8.1% 감소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원금 지급 영향으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체감경기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 4월 소상공인 BSI는 73.4, 전통시장 BSI는 79.5였지만, 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5월 소상공인 BSI는 88.5, 전통시장 BSI는 109.1로 급증했다. 지원금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휴폐업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난지원금 사용 불가능 업종인 유흥주점(0.5%p)과 노래방(0.7%p)의 2분기 중 휴폐업률이 여타 업종보다 높았다.
다만 소비진작 효과는 내구재 중심으로 이뤄지고 대면서비스나 음식점으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매출액 증대 효과를 업종별로 보면, (준)내구재(10.8%포인트), 필수재(8.0%포인트), 대면서비스업(3.6%포인트), 음식업(3.0%포인트)의 순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인 신규 확진자 발생 23주차의 가구 매출은 19.9%, 의류·잡화 매출은 11.1% 급증했다.
보고서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분석함으로써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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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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