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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동물원] 반달가슴곰과 불곰이 1대1로 싸운다면?

조선일보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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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동물원] 반달가슴곰과 불곰이 1대1로 싸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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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러시아 수교기념우표로 양국 대표곰 등장
반달곰과 불곰의 승부 몸집 크기로 속단 어려워
곰과 마주치면 조용히 물러나는게 최선
우정사업본부가 최근 특별한 우표를 선보였습니다.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주년(당시엔 소련)을 맞아 두 나라에서 모두 친숙한 야생동물인 곰을 주제로 한 공동 기념우표를 발행한 것입니다. 한국이 외국과 동물을 테마로 공동 수교기념우표를 발행한 것은 2010년 말레이시아(50주년·호랑이), 2012년 멕시코(50주년·귀신고래), 2015년 볼리비아(50주년·호사비오리와 팔카추파)에 이어 세번째입니다. 앞서 우리나라에선 1966년에도 곰 우표가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15일 발행된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 공동 기념우표. 한국 반달가슴곰과 러시아 불곰을 주제로 만들었다. /우정사업본부

15일 발행된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 공동 기념우표. 한국 반달가슴곰과 러시아 불곰을 주제로 만들었다. /우정사업본부


한국과 러시아의 공동 우표에 넣을 후보로 당초 강(한강과 모스크바강), 나무(소나무와 자작나무), 상상의 동물(해치와 그리핀) 등이 거론됐지만, 오랫동안 두 나라 역사와 문화를 통해 친숙해온 동물인 곰만한 주제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앞가슴에 초승달 무늬가 선명한 반달가슴곰이 한국 상징곰으로, 갈색 털에 육중한 몸집을 한 불곰이 러시아 상징곰으로 채택됐습니다. 같은 곰이지만, 덩치도, 털빛깔도, 기질과 습성도 확연히 다른 두 곰이 우표를 통해 선의의 라이벌전을 벌이게 된 셈이죠. 우표속 곰이 차분하고 위엄있는 느낌으로 그려진 것은 두 나라의 작가가 원격으로 협업하며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나무에 올라가 있는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나무에 올라가 있는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


반달가슴곰 우표를 도안한 우정사업본부 정은영 디자이너는 “반달가슴곰을 직접 눈앞에서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코로나의 확산으로 현장 방문이 어려워 국립공원공단과 서울대공원에서 사진을 받아 초승달 무늬와 갈기털, 둥근 귀 등 특징적인 부분을 잘 보이도록 주력했다”고 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불곰을 그리는 러시아 디자이너(올가 슈슬레디나)와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했다고 합니다.

◇웅녀가 된 바로 그곰, 반달가슴곰

새끼로 보이는 작은 반달가슴곰이 나무 구멍 안으로 들어가 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새끼로 보이는 작은 반달가슴곰이 나무 구멍 안으로 들어가 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한국 대표곰 반달가슴곰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습니다. 단군 신화에서 끈기와 참을성으로 아리따운 웅녀 아가씨로 변신한 바로 그 곰입니다. 하지만, 해로운 동물을 퇴치한다며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사냥, 개발로 인한 숲의 감소, 여기에 쓸개즙(웅담)을 노린 밀렵이 이어지면서 절멸직전까지 갔습니다. 극소수 개체로 명맥을 이어가기 어렵겠다는 판단에서 2004년부터 지리산 국립공원에 6마리를 들여와 복원에 들어가 지금은 65마리까지 불어났습니다. 또 이 중 4마리는 지리산을 벗어나 인근 가야산·덕유산까지 활동반경을 넓혔습니다. 생태복원 작업이 진행된 지리산 외에 비무장지대에도 자생적으로 일부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러시아의 국민동물 불곰

러시아 불곰 중 가장 동쪽에 서식하고 있는 캄차카 불곰. /에어러시아 홈페이지

러시아 불곰 중 가장 동쪽에 서식하고 있는 캄차카 불곰. /에어러시아 홈페이지


광활한 러시아 땅을 대표하는 동물은 불곰입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가까운 서쪽 끝부터 동쪽 끝 캄차카 반도까지 무려 10만마리가 서식합니다. 곰을 주제로 한 전래동화와 노래, 이야기들이 만들어져 대대로 전해졌습니다. 올림픽 마스코트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혔다는 평가를 받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마스코트 ‘미샤’ 역시 불곰입니다. 넓은 이마와 짧다란 얼굴과 귀를 가진 불곰은 반달곰보다 다소 날렵한 두상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불곰 있고, 러시아에도 반달곰 있다

그렇지만 반달가슴곰만을 한국의 곰으로 못박으면 불곰이 억울해할 것도 같습니다. 비록 적은 개체수이고 거주 지역이 좁긴 해도 한반도에도 불곰이 있기 때문이죠. 개마고원 일대에 불곰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금강산에서도 잡힌 사례가 있습니다. 심지어 충북 제천의 점말동굴에서는 아주 오래전의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불곰의 화석까지 발견됐습니다.


어미와 새끼로 이뤄진 불곰 가족이 캄차카 반도의 한 호숫가를 지나고 있다. /에어러시아 홈페이지

어미와 새끼로 이뤄진 불곰 가족이 캄차카 반도의 한 호숫가를 지나고 있다. /에어러시아 홈페이지


하지만 서식 지역과 각종 문헌에 나타난 묘사, 또한 북한에서도 반달가슴곰은 그냥 ‘곰’이라고 부르고, 불곰을 ‘큰곰’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오랫동안 친숙했던 곰은 반달곰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중에는 한국·중국과 접한 러시아 연해주도 포함돼있습니다. 16년전 야생 복원 위해 지리산에 들여온 반달곰 역시 연해주가 고향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재러동포’라고 할 수 있을텐데, 낯선 땅에 순조롭게 자리를 잡아 후손을 퍼뜨리고 있어 다행입니다.

◇초식熊과 육식熊

곰은 대표적인 잡식동물로 꼽힙니다. 하지만, 같은 잡식이라도 두 곰의 먹는 습성은 완전히 다릅니다. 반달가슴곰의 식성은 요즘 말하는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에 가깝습니다. 지리산 반달곰의 경우 주로 도토리, 다래, 머루, 조릿대 등 산과 들에서 나는 식물과 열매를 먹습니다. 그나마 직접 사냥을 해먹는 건 가재 정도이고, 이따금 야생동물 사체를 파먹어 고기를 보충하는 정도입니다. 불곰 역시 나무열매와 과일 등 채식을 즐기지만, 반달가슴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육식을 합니다. 작은 설치류나 토끼, 멧돼지 새끼 등도 잡아먹습니다. 제법 덩치가 나가는 사슴이나 노루까지 잡아먹기도 합니다.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미국 알래스카주에 서식하는 불곰들이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 곰들이 강어귀에 지키고 섰다가 알을 낳으러 귀향하는 연어들을 능숙하게 나꿔채 그 자리에서 비늘을 벗겨내고 먹어치우는 모습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유명해진 장면입니다. 이 지역에는 이따금씩 사람이 곰에게 희생당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어미반달가슴곰과 새끼가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어미반달가슴곰과 새끼가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반달가슴곰과 불곰이 싸운다면?

두 곰을 우표 안에서 끄집어내서 싸우도록 맞붙인다면 누가 이길까? 조금 유치한 듯 해도 본질적으로 궁금한 사안입니다. 우선 덩치로 보면 우열을 따지는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반달곰의 몸길이는 보통 130~190㎝, 몸무게는 150~200㎏ 입니다. 반면 불곰은 몸길이 190cm~280㎝에 몸무게는 수컷이 최대 450㎏, 암컷이 200㎏ 까지 나갑니다. 체급으로 보면 어른과 아이 수준입니다. 실제로 연해주 등 서식지가 겹치는 지역에선 반달가슴곰 새끼가 불곰에게 잡아먹히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이들에게 어린 반달곰은 토끼나 노루같은 영양보충거리에 다름아닐 테지요.


하지만 곰 전문가인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생태복원부의 김정진 박사는 “덩치만으로 예단하지 말라”고 합니다. 반달가슴곰이 워낙 조심성이 많아 두 곰이 마주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렇다고 불곰이 반드시 압승하긴 힘들 것”이라고 합니다. 주변의 지형 지물을 활용할 경우 반달가슴곰이 필사적으로 싸워 불곰을 제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곰이 종(種)의 벽을 넘어서 사랑에 빠져 하이브리드 곰이 나올 수도 있을까요? 사자와 호랑이를 인위적으로 합방시켜 ‘라이거’나 ‘타이곤'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인간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산길에서 곰과 마주친다면, 즉시 물러나야


등산 중 곰과 마주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상입니다. 국립공원이 있고 실제로 곰이 이따금 민가에 출몰하는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상점이나 기념품점에서 곰 퇴치용 스프레이를 판매합니다. 미국국립공원서비스(NPS)는 공격하는 곰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흑곰이 쫓아와 공격한다면, 나무나 돌멩이 등을 이용해서 싸우라고 하고, 훨씬 몸집이 큰 불곰(회색곰)이라면 머리와 목을 손으로 가리고 바로 누워서 짐을 몸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죽은 척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래도 만반의 준비는 해놓는게 좋을 것입니다. 산에서 반달가슴곰과 마주칠 경우 국립공원공단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곰을 자극하지 말고 최대한 조용하고 신속하게 자리를 벗어나라. 곰도 인간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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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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