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선거연대 시사
국민의힘은 일단 환영 기류
야권 단일후보 방법론엔 의견 분분
김종인 “안 대표에 반응 말라” 일축
야권연대 둘러싼 셈법은 복잡
‘오픈 프라이머리’ 경선 거론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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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야권 단일후보’를 앞세워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년 4월 보궐선거를 고리로 한 세력 구도 재편에 불을 지폈다. 보궐선거를 정권 교체의 교두보로 삼아 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반문재인 연대의 ‘빅텐트’를 치자는 것이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뒀던 안 대표의 출마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이 커지면서, 출마를 저울질하던 정치권 인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 정권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어 “무도한 정권의 심장에 직접 심판의 비수를 꽂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폭주와 무도하고 무법한 여당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끝까지 달리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와 이를 위한 야권연대의 지향점이 ‘반문재인 연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야권연대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그는 출마 선언 뒤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묻는 말에 “정권 교체가 가장 중요한 목표다.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맞서 싸워야만 한다”며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통합 경선 관련 질문에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한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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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을 환영하는 기류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 공식논평을 내진 않았지만, 당내 의원들은 한결같이 ‘환영’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당내 최다선(5선) 정진석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이유가 문(재인) 정권 폭주 저지와 정권 교체라고 하니 일단 반갑다. 멋진 경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거짓에도 무기력했던 야권의 승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저도 단체전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의중이 당적에 제한을 두지 않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 통합 경선에 쏠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아니면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뒤 단일화하는 방식을 생각했다면 선거를 넉달 앞두고 출마를 선언할 이유가 없다”며 “제3지대에 있는 금태섭 전 의원 등까지 고려한 ‘오픈 프라이머리’ 등 새로운 경선 방식을 구상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연대 방법론에 대해서는 인식차가 크다. 3선 윤영석 의원은 이날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한 뒤, 국민의힘 서울시장 출마 희망자들과 안철수 전 의원이 함께 공정한 경선을 해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면 제1야당 국민의힘에 입당해 공정하게 경선을 치르는 게 정도”라며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진 뒤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건 국민의힘 지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혁신 플랫폼’ 구축 등 안 대표의 야권연대 주장에 “야권연대를 원한다면 안 대표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온라인 비대위 회의에서 안 대표 출마와 관련해 “후보 중의 한명”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것을 잘하면 된다. 최대한 안 대표에 반응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연대 방법론을 둘러싼 보수 야권 내부의 힘겨루기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편, 국민의힘 바깥에서 먼저 대선주자급 인사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도전장을 내면서 애초 ‘차출론’의 대상이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출마 압력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만약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2022년) 야권의 정권 교체가 물 건너갈 뿐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어차피 야권으로선 오세훈 안철수 유승민 등 대선주자급 인물이 대표 선수로 등판할 수밖에 없는 수순이었다”고 짚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안 대표의 보선 참여가 야권 단결의 시발점이 되어 정권 탈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저도 안 후보 말씀처럼 보선이 야권 전체의 승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어떠한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서울시장 후보 등판에 여지를 남겨둔 메시지로 해석된다.
노현웅 장나래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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