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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을 납치해 살해한 갱단을 몇 년 동안이나 직접 추적한 한 어머니의 영화 같은 사연이 알려졌다. 용의자들을 하나하나 법의 심판대에 세우던 이 여성은 결국 갱단의 보복에 목숨을 잃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멕시코와 미 텍사스의 국경지대인 산 페르난도에 살던 미리암 로드리게스 마르티네스(사진)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로드리게스의 딸 카렌은 20세이던 2014년 악명 높은 마약 조직 ‘로타 세타스’에 의해 납치됐다. 로드리게스는 갱단이 요구하는 몸값 수천달러를 지불했지만, 결국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로드리게스는 경찰이 사건 해결에 미온적인 대응을 하자, “나는 오늘로 죽었다. 갱단이 나를 죽인다 해도 상관없다”며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 로드리게스는 전화로 돈을 요구하던 갱단과의 통화 중에 들은 ‘사마’라는 남자의 이름을 실마리로 삼아 조사를 시작했다.
결국 딸의 SNS에서 사마라는 남성의 사진을 발견한 로드리게스는 외모를 바꾸고, 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위장해 정보 수집을 시작했다. 그리고 세세하게 모은 정보를 멕시코 연방경찰에 넘겼고, 결국 사마는 체포됐다. 담당 경찰관은 “로드리게스가 수집한 세부사항과 정보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마의 진술로 체포된 공범들이 체포됐고, 그중 크리스티안 호세 곤잘레스라는 십대 소년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겁을 먹고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곤잘레스가 “배가 고프다”고 하자, 그가 딸을 납치한 공범임에도 불구하고 치킨을 사주었다.
로드리게스의 관용에 감동한 곤잘레스는 갱단에 납치당한 사람들이 살해돼 매장됐다고 털어놓았다. 곤잘레스가 말한 암매장 장소는 한 버려진 목장이었고, 경찰 조사 결과 수십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로드리게스는 이곳에서 딸 카렌의 유골을 찾아냈다.
카렌의 죽음을 확인한 뒤에도 로드리게스는 멈추지 않았고, 딸의 몸값으로 지불된 돈의 흐름을 조사하는 등 집요한 추적과 추리로 범인들을 쫓았다. 용의자를 총으로 겨누어 꼼짝 못하도록 한 뒤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 마지막 목표인 한 여성을 잡을 때는 며칠이나 차에서 잠복한 끝에 결국 직접 잡아서 경찰에 넘기는데 성공했다.
로드리게스는 이후 마약범죄 조직이 판을 치는 타미울리파스주에서 범죄에 희생되거나 실종된 가족 600명이 참여하는 시민모임을 설립했다.
그러나 2017년 3월 로드리게스가 잡은 살인범들이 수감돼 있던 시우다드 빅토리아 교도소에서 대규모 탈옥이 일어났다. 같은 해 5월 로드리게스는 북동부 타마울리파스주 산 페르난도 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주차를 하던 중, 갑자기 트럭을 타고 침입한 괴한들에게 13발의 총탄을 맞고 5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로드리게스가 설립한 시민모임을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그녀가 탈옥한 갱단 조직원에 의해 보복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로드리게스의 한 동료는 “대규모 탈옥 소식을 접한 로드리게스가 탈주자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뒤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주장했다.
로드리게스가 숨진 5월10일은 ‘어머니의 날’이자 지난 10년간 멕시코 정부가 선포한 마약범죄 조직과의 전쟁 도중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이 정부에 “실종자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한 날이었다.
이후 2017년 11월 멕시코 연방경찰은 로드리게스의 살해를 지시한 로스 세타스의 중간 간부 마리티니아노 하라미요(56)를 검거했다. 하라미요는 2010년 조직 가입 요구를 거절한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 72명을 집단 살해했으며, 다른 납치 살해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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