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장타 3인방은 물론 LPGA 장타 랭킹 6위 이내 선수들 모두 2라운드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절반이 틀린 이유다.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장타 1위 김아림(25)이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두면서 장타자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의 절반은 맞게 됐다. 한국 장타 2위 김지영(25)도 최종일 30위까지 밀리긴 했지만 3라운드에서 가장 낮은 타수(4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3위에 오르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 장타는 분명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대회장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는 파71에 6700야드 내외로 길게 세팅된 데다 3·4라운드에 추위가 찾아오면서 선수들은 "코스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두 번째 샷을 할 때 우드나 유틸리티로 핀을 공략해야 하는 파4홀이 많았다.
2라운드 때 컷 오프가 결정되자 미국 골프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LPGA 장타 순위 1∼3위인 비앙카 파그단가난(필리핀), 아네 판 담(네덜란드), 마리아 파시(멕시코)가 모두 컷 탈락했기 때문은 아니다. 미국 간판 스타들인 장타 4위 넬리 코르다와 장타 5위 렉시 톰프슨마저 컷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코르다는 미국 선수 중 세계 랭킹이 3위로 가장 높았다. 세계 11위인 톰프슨도 그렇게 허무하게 컷 오프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둘은 미국 골프팬이 가장 아끼는 선수들이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 김아림은 한국 장타 여왕으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3라운드까지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 1위(262.5야드)에 오르는 등 KLPGA 장타퀸으로서 자존심을 세웠다. 큰 키(175㎝)와 70㎏이 넘는 다부진 체격을 갖춘 김아림은 이 같은 장타력을 바탕으로 아이언샷에서도 누구보다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백스핀이 강하게 걸리고 탄도가 높은 그의 아이언샷은 그린이 딱딱한 US여자오픈에서 빛을 발했다. USGA는 김아림의 통계 중 장타보다 아이언샷 정확도를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최종일 14차례나 그린에 적중했는데 핀에 붙인 평균 거리가 9m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특히 역전극 하이라이트였던 16~18번홀 연속 버디 행진은 장타와 고감도 아이언샷의 합작품이었다.
웬만한 선수는 다 하이브리드를 잡아야 하는 16번홀(파3·183야드)에서는 5번 아이언으로 1m에 붙였고 400야드에 육박하는 17번홀(파4)에서도 유틸리티로 티샷을 한 뒤 8번 아이언으로 핀에 근접시켰다. 18번홀(파4)에서는 3번 우드 티샷 후 48도 웨지로 3m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김아림뿐만 아니라 KLPGA 장타 랭킹 상위 선수들은 대부분 컷을 통과했다. KLPGA 드라이버샷 거리 8위 이정은이 공동 6위, 드라이버샷 거리 12위 최혜진이 공동 30위, 드라이버샷 거리 20위인 유해란도 컷을 통과한 뒤 최종 공동 13위로 선전했다. 코로나19로 6개월이나 연기된 '12월의 US여자오픈'은 KLPGA 장타자들이 LPGA 파워 히터들에게 완승을 거둔 한 판이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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