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은 노동권 침해"…'6층 비서실' 기능·구조 개선
사건처리 절차 일원화…성희롱·성폭력 예방, 성인지 교육 강화
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0.10.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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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앞으로 서울시장에 의한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맡게 된다.
서울시는 2차 피해 처리절차를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와 동일하게 운영해 2차 피해 예방을 강화한다. 국감에서 도마에 올랐던 시장실 내 수면실도 없어진다.
김은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은 10일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개인 간 사사로운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차원의 문제이자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문제"라며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특별대책위원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7일 외부전문가 9명과 내부위원 6명, 총 15명으로 구성·운영했다. Δ제도 Δ조직문화 Δ예방교육 등 3개 분야 11개 과제로 대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지난 7월 10일 사망한 지 무려 5개월이 지나서야 이런 대책을 내놓은 서울시에 대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이번 대책에 대해 "진상조사보다 성희롱이나 성차별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진단과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한 인권위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에 따라 추가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건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 "지원단체를 통해 법률, 의료, 상담 지원을 비롯해 필요한 부분을 물어봐 추가 지원도 하고 있다"며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짜뉴스 유포, 영상 공유 시 징계하겠다는 공문을 시 내부적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복귀하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중심의 사건처리절차 재구성…단체장 사건 별도 절차 신설
제도 분야는 피해자 중심으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절차를 재구성했다. 이에 따라 신고접수부터 징계까지 사건처리에 소요되는 기간이 8~12개월에서 3~4개월로 줄어든다.
그간 서울시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는 단계별로 기능이 분절돼 사건처리에 장기간 소요됐다. 상담, 신고, 조사, 징계 단계는 각각 여성권익담당관·인권담당관·조사담당관·인사과가 처리했다.
특별대책위원회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절차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해 신고부터 징계까지 신속히 처리하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일관되게 지원하도록 했다.
사건 발생 시 여성권익담당관과 조사담당관이 조사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 여부를 결정한다. 감사위원회는 재조사 없이 징계를 요구하며 인사위원회는 타 안건보다 우선 처리해 최종 징계 결정까지 3~4개월 이내 신속하게 처리한다.
관련 분야 경력을 지닌 권익조사관을 별도 채용하고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과반수 이상 참여하도록 해 조사·결정의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조사·처리하는 것을 제도화한다.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다.
아울러 자치단체장의 사건 신고 접수 시 직무배제 요건 및 절차가 법적으로 마련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건의하도록 했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여성폭력방지법에 기초해 2차 피해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공무원 징계규칙' 등에 2차 가해자에 대한 징계 규정도 명확히 했다. 2차 피해 처리절차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와 동일하게 운영된다. 사건 발생 시 익명게시판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2차 피해를 정확히 인식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교육도 강화한다.
또 신분노출을 우려해 내부 상담을 꺼리는 피해자를 위해 민간 성폭력 상담소 등 외부 전문기관을 지정해 피해자가 선택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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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외부 수사기관에 신고한 경우에도 피해자가 원하면 수사와 병행해 내부에서도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한다. 종전 서울시는 수사기관에 신고된 사건은 수사결과가 통보되기 전까지 별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공정한 사건처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 사례와 징계 등 최종 처리결과를 반기별로 공개할 예정이다. 피해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도록 가공해 2차 피해를 예방한다.
◇비서실 기능·구조 개선…고위직 성인지 특별교육 실시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세대·성별 인식 격차를 해소하고자 5급 이하 직원이 참여하는 '서울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를 상설 운영한다. 혁신위원회가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적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하면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시장 비서실의 기능과 구조도 개선한다.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 배치와 업무 분장을 실시한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업무의 공적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비서분야 업무지침'도 마련한다. 서울시는 2012년 8월 시청 본관 준공 당시 시장실에 별도로 수면실(10m⊃2;)과 세면실(5m⊃2;)을 마련하고 침대, 수납장, 휴게의자 등을 설치했다.
아울러 성차별·성희롱 인식 실태조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조직문화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진단 및 컨설팅을 통해 위계적이고 온정주의적인 조직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성인지 교육도 강화한다.
시장단 및 3급 이상 고위관리자는 맞춤형 특별교육을 통해 사건 발생 시 관리자의 역할과 더불어 위력에 대한 인지와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소통역량을 향상시킨다. 성인지·성폭력 교육 이수현황을 시민에게 공개한다.
별정직 및 임기제 공무원 역시 교육이수 현황을 별도 관리한다. 특히 시장단 비서실 직원에 대해서는 성인지·성폭력 예방교육 100% 이수 의무제를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대책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 성평등위원회 내에 이행사항점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김은실 공동위원장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개인 간의 사사로운 사건이 아니라 조직 내 구조적 차원의 문제로 노동권 침해에 대한 문제"라며 "가해자 조치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대책으로 모든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며 "서울시가 성평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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