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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지난 3월 이후 최고점까지 치솟은 후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유 관련 상장지수상품(ETP)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의 전략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가의 가파른 오름세 속에서도 이전과 같은 '투기 열풍'은 없는 분위기다. 올해 초 불어 닥쳤던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열풍이 비극으로 종결되며 학습효과를 얻은 투자자의 전략이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도, ETP 상품도 하락 전환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 타결 기대로 이어지던 국제유가의 오름세는 꺾였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0.50달러) 떨어진 45.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로 지난달 초(36.81달러)와 비교하면 24.31% 상승했다.
이를 예상한 주요 원유 관련 ETP 상품들의 주가는 내려 앉았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신한 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은 전 거래일보다 2.82%(10원) 떨어진 3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43.75% 오르며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15.87%) 세 배에 달하는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삼성 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은 2.50% 떨어졌고 신한 브렌트원유선물ETN(H)과 신한 WTI원유선물ETN(H)도 각각 0.96%, 0.15%씩 하락했다. 대신 WTI원유선물ETN(H)(-1.33%), KODEX WTI원유선물(H)(-0.64%)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가격 상승폭이 줄어들 것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선물의 특성을 고려해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신한과 삼성 레버리지WTI원유선물 ETN 2종의 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개인은 지난 2일을 기점으로 3일 2298억원, 4일 5042원으로 매도 규모를 늘려오다 이날 66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그래도 괴리율과 복리효과,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롤오버(만기 연장)' 등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원유선물 대란'으로부터 학습효과를 얻고 단기적 투자전략으로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롤오버는 만기 전 다음번 만기(차근월물)로 종목을 교체하는 것을 뜻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8일 "원유 선물 ETP는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월물 교체에 따른 롤오버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철저히 단타로 임해야할 상품"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싶다면 원유관련 기업을 구매하라"고 했다. 유가 상승을 예측해 계속 ETP 상품을 사들인다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원유 선물 ETP 상품들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날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은 5%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의 원유와 가스를 탐사·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이 상품을 하루동안 103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국제유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TIGER 글로벌자원생산기업(합성 H)도 2.50% 올랐다.
유가 상승세에도 원유 레버리지 ETN들은 여전히 동전주 신세다. 최근 한 달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신한 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과 삼성 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 2종 모두 300원대에 불과하다.
◆내년 국제유가 45~50 달러 전망
증권가에선 내년 평균 WTI 가격이 45~50달러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WTI 평균 가격이 46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치만 놓고 보면 현재 가격이 이미 그 수준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요 우려가 해소되면 배럴당 50달러대까지 가격 정상화 시도도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며 "그 시기는 상반기보다 코로나19 완전 종식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평가되는 하반기가 유력하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40달러 중반선에서 등락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도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전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백신이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세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상당히 강화된 상황"이라며 "OPEC+의 감산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도 훼손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낙관적 전망이 내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이나 미국 산유량 전망치의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가 유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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