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남자' 유튜버 박유성 씨는 영상영화학과 출신답게 독특한 아이디어로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에 녹여내는 데 유능한 유튜버다. 지난 1일 서울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한 박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포=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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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cho DPRK'란 유튜브 채널에서 최초의 북한 유튜버가 등장했다. '은아'라는 이름의 여성 유튜버는 유창한 영어로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북한 당국에서 대외 홍보용으로 채널을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폐쇄적인 북한에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는 소식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도 북한의 소식을 전하는 유튜버들이 있다. 바로 '탈북민 유튜버'다.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알리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특히 20·30 청년 탈북민 유튜버들은 정치색 없이 북한에 대한 오해와 편견, 탈북민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팩트>는 3명의 20·30 청년 탈북민 유튜버를 직접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유튜버 '북한남자' 박유성 인터뷰
[더팩트ㅣ마포=박재우 기자] 탈북민 사회에선 박유성(30) 씨의 독립영화 '메콩강에 악어가 산다(2017)'를 모르는 이가 없다.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중국에서 태국까지의 탈북 경로를 남한 청년들과 함께 재구성한 영화다. '탈북'이란 무겁고 어둡기만 한 소재를 본인만의 유쾌한 형식으로 풀어냈다.
박 씨는 영상영화학과 출신답게 독특한 아이디어로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에 녹여내는 데 유능한 유튜버다.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가짜사나이' 패러디 '북한싸나이'를 유튜브에서 기획하기도 했고, 남북청년 무인도 생존기를 올리기도 했다. 1년차 유튜버이지만 그의 채널 '북한남자'는 벌써 87개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 12만 명을 확보하면서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1일 <더팩트>는 서울 마포의 한 사무실에서 박 씨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창의적인 면모와 함께 전략적으로 어떻게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돋보였다.
그는 현재 고민을 묻는 취재진에 "남북관계 개선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 이유로 "북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서 남북관계 개선이 생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유성 씨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최근 1인 미디어가 많이 뜨고 있고, 방송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을 이야기 할 수 있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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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제약 때문에…하고 싶은 말 하고 싶어 시작"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는 "최근 1인 미디어가 상승세이고, 방송에서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들을 이야기 할 수 있어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으로서 방송을 많이 출연했는데 방송에선 정부 성향, 또 방송사의 방향이 있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해도 편집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인 방송에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으로까지 연결이 되니 즐겁게 유튜브를 하게 됐다"면서 "스토리텔링, 대중들의 관심사 같이 복합적인 차원에서 꾸준히 연구해야 해서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템 발굴은 '직접'
또 다른 뉴스들도 챙겨보는데, 요즘 대중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관심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다. 박 씨는 "만약 수능과 관련해서 '연관검색어'가 나온다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 "바로 북한 수능과 관련해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을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말고도 연합뉴스에서 진행되는 '연통TV' 유튜브, 연합뉴스TV에서 '한반도 지금'이라는 코너 또, 팟캐스트 출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을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채널에서 북한 소식 말고도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의 삶을 소개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유성 씨는 유튜브를 통해 북한에 대한 현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무조건 부정적인 것도 아니고 긍정적인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북한남자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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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적 인식 바꾸고 싶어"
그는 "경험담을 이야기하거나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해도 '이럴거면 왜 탈북했냐'는 말을 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물론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들이 더 많지만, 장점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에피소드를 꺼내면서 본인은 경험·지식 모두 갖춘 북한 전문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 씨는 "남한엔 북한에 대한 잘못된 시선이 만연하다"면서 "크리에이터로서 여러 증거를 제시하면서 북한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전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단순히 북한에서 왔다는 것 말고도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라면서 "북한사람으로써만 북한을 얘기하는 데엔 한계를 느꼈다. 한국의 전문교육을 받고 북한을 얘기해 경험과 지식을 모두 갖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탈북민 유튜버로서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장점으로는 북한사람으로서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유튜버가 되려면 이야깃거리가 확실하게 있어야 좋은데, 북한 얘기는 독보적으로 할 수 있고,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계는 주제가 북한이기 때문에 수많은 것들에 대한 잠재력이 있어도 구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이 북한 관련된 콘텐츠만 원한다"면서 "제가 하는 다른 내용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북한 관련된 내용이 아니더라도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박 씨는 "한국 시골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보고 싶다"면서 "북한에서도 시골에서 자라 그런 분위기 풍경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 경험과 함께 시골 분위기를 녹여보고 싶다"면서 "시골에 무너지는 폐가를 구매해서 북한식 가정집으로 꾸민 뒤 그대로 살아보기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성 씨는 현재 대출을 받아서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은 아득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통일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박 씨.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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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20·30세대로서 요즘 겪는 고민은?
박 씨는 현재 대출을 받아서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은 아득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통일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 모습이 여느 20·30 청년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또한 결혼과 관련해서는 다른 20·30 세대보다는 부모들의 압박이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님들이 북한에서 인생 절반을 지내 오셨기 때문에 조금 이런 부분에선 보수적"이라며 "남자는 서른, 여자는 스물다섯에 결혼을 하지 못하면 북한에서는 손가락질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성향이 어느 정도 남아있기 때문에 남한에서 나서 자란 친구들보다 집안에서 결혼 압박이 더 심하다"면서 "남한에 왔지만, 저희 집 분위기는 아직 북한이다. 북한의 사고방식은 한국의 9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특히 남북관계가 고민이라고 했다. 비현실적인 고민으로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화합됐으면 좋겠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남북대화도 닫혀있는데 코로나19가 지나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길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평화협정 이런 남북관계 진전이 있으면 북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만드는 우리로서는 고민이 해결되는 것"이라며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은 '영화'
박 씨는 활동적인 성격으로 축구를 하거나 하는 야외운동이 취미였는데, 최근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여유 시간을 '영화' 관람으로 보내고 있다. 영상영화학과 출신답게 다양한 영화를 섭렵한 '영화광'이다. 그는 "코로나19 기간에도 방역을 준수하고 직접 영화관을 방문한다"면서 "원래 연극도 봤었는데, 방역 상황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도 영화를 많이 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체제선전 영화 말고 북한에도 좋은 영화가 많았다"면서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만들었던 '소금', '불가사리', '봄날은 영화' 등을 즐겨봤다"고 했다.
1960~80년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영화계를 휩쓸었던 신 감독의 기구한 운명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함경북도 출신으로 남한에서 활동한 스타 감독이었지만, 북한당국에 납치돼 북한에서도 영화를 만들었다. 다시 한국으로 귀국한 뒤 2006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남북 모두에서 생활했다는 경험이 있다는 점과 영화를 사랑한다는 점이 박 씨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았다. 박 씨는 북한에서도 "몰래 미국, 중국, 홍콩, 한국영화 등의 거의 모든 영화를 다 봤었다"면서 "북한에서 다이하드 1,2편을 보고, 탈북 해 후속편을 남한에서 봤던 게 기억이 난다. 감회가 새로웠다"고 당시 기억을 회상했다.
박유성 씨는 만약 북한에 남아있었더라면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군대에서 갓 제대를 했을 것 같다"면서 "그 이후엔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직업을 국가에서 정해줬기 때문에 아버지처럼 직장에서 노동자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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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만약 북한에 남아있었더라면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군대에서 갓 제대를 했을 것 같다"면서 "그 이후엔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직업을 국가에서 정해줬기 때문에 아버지처럼 직장에서 노동자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또한, "고향이 북한 국경지역이다 보니 국경에서 밀수했을 가능성도 높다"면서 "북한에 있을 때부터 장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에 다시 갈 수 있게 된다면 만들어 보고 싶은 콘텐츠는?
남북관계가 개선돼 자유롭게 왕복하고 탈북민도 북한에 갈 수 있게 되면 박 씨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을지 궁금했다. 이 질문에 그는 "무조건 남북 가족을 만나는 '이산가족'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북한에 계실 때 몰래몰래 국경에서 이산가족들을 만나게 해주는 일을 진행하셨다"면서 "한국전쟁 이전 옛 주소를 기억하는 북한 가족들을 찾아서 중국으로 들어오게 만들어 중국 국경지역에서 상봉하게 하는 일을 진행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당국 입장에서는 불법이었는데, 결국 그 일 때문에 탈북을 감행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를 이어 그런 감동적인 상황을 담는 주역이 되고 싶다"면서 "이산가족상봉 모습을 나만의 색깔로 잘 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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