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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청남대 전두환 동상, 그대로 두되 “범죄 써놓은 안내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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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두고 6개월간 찬반 논란

이시종 충북지사 “아픈 역사 기록하는 것도 역사”

조선일보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남대 안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의 목 부위가 지난달 19일 시민에 의해 훼손됐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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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두고 6개월여 기간에 이어온 찬반 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3일 도청에서 비대면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청남대 관광자원이면서 충북도 재산인 전직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기 위해 법적 근거와 도민 정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했다”라며 “결국 철거와 존치의 중간점인 ‘사법적 과오를 적시해 존치’하고, 대통령 길은 폐지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동상을 철거하지 않고 두 전직 대통령의 죄목을 상세히 설명한 안내판을 동상 앞에 세운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동상 철거의 법적 근거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검토했으나 지자체에서 설치한 청남대 동상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중앙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라며 “이에 동상 철거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차선책으로 도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도민 여론이 찬반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청남대 동상은 관광 활성화 목적에서 건립된 조형물로 청남대 관광에 생계를 의존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라며 “결국 철거 법적 근거 미비와 동상 철거·존치로 갈려 있는 도민 여론 등 여러 변수를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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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은 지난달 24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 동상 즉각 철거와 함께 동상을 훼손한 시민 석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동상 철거와 처리 방안 등을 수용하지 않으면 직접 철거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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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에서 앞서 ‘5·18 학살 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행동’이 요구한 9가지 제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지사는 “저작권 문제나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수용하기 어렵지만, 죄목을 적는 것과 대통령길 명칭 폐지 요구는 충북도가 적극 수용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적 과오를 적시해 동상을 존치한다고 해서 5·18 민주화 운동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아픈 역사를 지우기보다 아픈 역사를 아프게 기록하는 것도 한편의 역사라는 인식에서 내려진 고육지책임을 양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도는 사법적 과오 적시, 동상 위치, 최근 유죄가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 문제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했다. 도는 추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에서 신중히 검토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국민행동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학살 반란자 살인독재자의 동상을 세워 놓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억지 논설을 펴는 도가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또 “기준과 원칙도 없이 그저 세워두고 ‘교훈삼자’, ‘교육자료로 삼겠다’는 것은 본질도 무시하고 진실을 외면한 그저 타협하겠다는 것”이라며 “충북도는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고 잘못된 결정을 돌려 학살 반란자의 동상을 즉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학살반란자의 동상이 있는 청남대 안 가기 운동을 전개하고, 동상을 없애는 날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충북도가 청남대 안에 청와대 모습을 축소해 지은 대통령기념관.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83년 조성되어 역대 대통령 별장으로 쓰였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기면서 민간에 개방됐고, 충북도는 청남대 관광활성화 목적으로 전직 대통령 동상과 함께 그들의 이름을 내건 길을 조성했다. 현재 이곳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충북 5·18 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5월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 범법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이후 충북도가 동상 철거 방침을 세우자 이를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가 대립각을 세우며 6개월이 넘도록 갈등을 빚었다.

최근 충북도가 최근 동상을 존치하는 대신 두 사람이 법의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자 5·18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달 19일에는 자신을 5·18단체 경기지부 회원이라고 밝힌 50대 남성이 청남대에 들어와 전두환 동상 목 부위를 훼손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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