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목 잘린 윤석열’ 만평 언론사 “풍자일뿐, 왜 박재동 물어뜯기하나”

조선일보 오경묵 기자
원문보기

‘목 잘린 윤석열’ 만평 언론사 “풍자일뿐, 왜 박재동 물어뜯기하나”

서울맑음 / -3.9 °
경기신문, 사설 통해 “작가 인신공격성 언급은 언론의 고약한 일탈”
박재동 화백의 '목잘린 윤석열' 만평. /경기신문

박재동 화백의 '목잘린 윤석열' 만평. /경기신문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그린 ‘목 잘린 윤석열’ 만평에 대한 비판에 대해 이 만평을 게재한 경기신문이 1일 사설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만평은 지난달 26일자 경기신문 1면에 실렸다.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코너로, 만평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등장한다. 만평 속 윤 총장은 “난 당신 부하가 아니야”라고 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팔짱을 끼고 있는 추 장관은 “소원대로”라고 말하는 모습이 표현돼 있다. 윤 총장의 목은 잘려 있다. 만평에는 또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의 대립이 한 고비를 넘었다. 자...”라고 쓰여있다. 추 장관이 곧 윤 총장을 해임할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립도 고비를 넘겼다는 취지로 보인다.

경기신문은 사설을 통해 “본보에 게재된 박재동 화백의 만평에 대한 일부 언론들의 무차별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며 “만평에 대한 객관적인 견해를 훨씬 넘어서는 작가에 대한 인신공격성 언급들은 언론이 범해서는 안 될 고약한 일탈”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행태들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통제하려는 비민주적인 인식의 잔재를 엿보게 해 씁쓸하다”며 “누구보다도 기본권적 자유를 존중해야 할 언론들의 이런 보도 태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구태”라고 했다.

경기신문은 “미디어에 나온 보도물에 대한 평가와 감상평은 자유다. 박 화백의 만평을 놓고 박수를 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공감하지 않는 시민도 있을 것”이라며 “만평에 대한 감상평은 각자 다를 수 있고, 표시행위 또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박 화백의 만평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에서 견해의 영역을 벗어나 작가에 대한 인신공격성 사족이 달려있다는 사실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 만평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박 화백 개인의 재판 이력을 시시콜콜 들먹이며 망신을 주기 위해 애를 쓰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보도 태도는 저널리즘의 금도를 벗어나는 못된 관성의 산물이 분명하다. 한쪽 편에 서서 뭐든 목표를 정하면 온갖 티 뜯기를 다 동원해 뼈도 안 남기고 물어뜯는 낡은 습성은 반드시 청산돼야 할 구태”라고 했다.


‘박 화백 개인의 재판 이력'은 이 만평 논란과 함께 박 화백의 성추행 피소 전력이 보도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만평을 게재한 박 화백을 향해 “성추행도 검찰 탓이겠지”라고 비판했다. 2018년 박 화백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온 후배 여성 만화가를 성추행했다며 ‘미투(나도 당했다)’ 폭로가 나온 사실을 비꼰 것이었다.

박 화백은 미투 폭로 당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지만, 이후 “허위사실이 포함됐다”며 자신의 미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경기신문은 “‘목이 잘린다'는 표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는 ‘직책에서 쫓겨난다’는 말의 풍자적 표현”이라며 “박 화백의 만평은 그런 흐드러진 표현을 형상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논란이 많은 뉴스메이커의 한 일방이라는 점에서 불쾌하고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언론들까지 나서서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무차별적으로 인신공격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라며 “풍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문화 국민”이라고 했다. 경기신문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철저히 지키는 국민이 돼야 한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