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中국과 우호적인 외교·경제 관계를 파괴할 것” / “한국 핵무장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공약 지속에 즉각적 의문을 낳을 것” / “미국인들은 공세적 핵무기 능력을 갖춘 어떤 나라에 대한 지원도 매우 꺼려”
북한 ICBM 화성-15형이 2017년 11월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북핵 대응차원에서 한국도 핵무장론이 정치권에서 거론되자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6일(현지시간) 이 매체에 성명을 보내 한국 핵무장론에 대해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을 좇아 스스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한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명백히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카드를 거듭 꺼내는 데 한국이 느끼는 좌절감을 이해한다”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확보하면서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모든 주변국과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직접적으로 높였으며, 엄청난 무책임을 보였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핵무기를 확보할 경우 수십년간 이어진 한국의 대북 태세를 효율성이 입증된 억지와 방어 전략으로부터 과격하고 즉각적이며 공세적인 핵무기 요소가 포함된 전략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특히 “핵보유국은 모두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전쟁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오직 방어를 위해 쓸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했다. “핵무기에 내재한 공격적 역량을 고려할 때 어떤 핵보유국도 기습적이고 파괴적인 공세적 선제공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된다”라는 것이다.
벨 전 사령관은 “만약 한국이 이처럼 즉각적인 공세적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면 미국, 일본, 중국과의 안정적이고 우호적인 외교·경제 관계를 위한 장기간의 성공적인 노력을 파괴할 것”이라며 “이는 한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의 침략에 맞서 한국과 싸우겠다는 오랜 공약으로부터 분명히 거리를 두게 될 것이고, 한국에 대한 핵우산 보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핵무장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공약 지속에 즉각적 의문을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공세적 핵무기 능력을 갖춘 어떤 나라에 대한 지원도 매우 꺼린다”라며 “만약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철회한다면, 한국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에 의해 북쪽과 서쪽으로부터 도전받는 지역에서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상태로 남겨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벨 전 사령관은 아울러 일본에서도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리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핵으로 무장한 한국을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여기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이런 논리로 “결국 핵무기로 무장한 한국은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 큰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미국과 매우 불확실한 동맹 상태에서 북한을 마주하며 불안정의 바다에 남겨질 것”이라며 “한국과 훌륭한 한국민의 미래는 안보 보장을 도울 친구가 거의 없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11축(양쪽 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핵무장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핵무장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일부 보수 세력에서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핵무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에 협조하지 않고 계속해서 핵을 유지하는 이상, 우리도 자체 방어를 위해서 북한 핵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미동맹 하에서 미국이 종전처럼 핵무기를 한국에 주둔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미국에 의한 핵무장)이 불가능하다면,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져간다면, 우리도 핵무장에 대해서는 생각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의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북한의 태도로 봐서 크나큰 진전이 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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