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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축구 영웅 마라도나 별세

‘신동이자 악동’…20세기 그라운드 달군 마라도나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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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자신이 살던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현지시간으로 25일 별세했다. 향년 60세. 사진은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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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를 알았다. 그를 통해 지구 반대편 나라 아르헨티나의 매력에 빠졌다. 축구 공을 몸에 ‘달고 다니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고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20세기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25일(현지시간) 60세의 나이에 숨졌다.

아르헨티나 국영 통신사 텔람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마라도나가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티그레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난 3일 뇌 질환 가운데 하나인 경막하 혈종 증상으로 수술을 받은 마라도나는 수술 일주일 만인 11일 퇴원했으나, 결국 이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현지 언론들은 심장마비 증세가 신고된 뒤 9대의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이미 마라도나가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길어지는 경제 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가뜩이나 국가 분위기가 침체됐던 아르헨티나는 너무 이른 ‘국민 영웅’과의 이별에 전국이 짙은 슬픔에 잠겼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이날부터 3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고, 그의 시신은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분홍빛 저택)’에 안치될 예정이다.

한국일보

2010년 6월 7일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공식 훈련에서 아르헨티나 감독인 마라도나가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을 바라보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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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는 리오넬 메시(33ㆍFC바르셀로나)의 등장 이전까지 아르헨티나는 물론 남미 축구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196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 자란 그는 8세 때부터 축구 신동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축구 하나로 나라를 세계에 알린 인물이었다. 브라질 축구 영웅 펠레(80)와 함께 1900년대 후반기 남미 축구의 전성기를 함께 이끈 스타였다.

1976년 16세의 나이로 아르헨티나 프로팀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 입단한 그는 3년 뒤 20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맹활약해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1982년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 이어, 1984년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였던 690만 파운드(약 102억원)에 SSC나폴리(이탈리아) 유니폼을 입고 전성기를 맞았다. 소속팀을 단숨에 최강팀으로 만든 마라도나는 세리에A는 물론 코파이탈리아,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트로피도 안겼다.

한국과 1차전에서 맞대결을 벌이기도 했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의 활약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한국전에서 홀로 3도움을 기록, 3-1승리를 이끌었던 그는 서독과의 결승까지 승승장구하며 아르헨티나에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선사했다. 8강 잉글랜드와 경기(2-1 승)에선 왼손으로 선제 골을 넣고는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만든 골”이라고 말하면서, 축구사에 길이 남을 ‘신의 손’ 사건의 장본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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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가 1994년 6월 30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쉐라톤 파크 플라자 호텔에서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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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축구 인생엔 화려했던 장면만큼이나 논란도 많았다. 스포츠맨십을 무너뜨리길 반복하며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1994년 미국 월드컵 도중 도핑 테스트에 적발돼 중도 귀국했던 마라도나는 이후 마약 중독 치료도 수 차례 받았고, 사람들은 마약과 술에 영혼을 지배당한 그를 ‘신동’이 아닌 ‘악동’이라 불렀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감독을 맡아 재기하나 싶던 그의 축구 인생은 메시를 품고도 ‘8강 탈락’이란 성적을 받아 든 뒤 다시 곤두박질 쳤다. 재작년 러시아 월드컵 현장에선 30세 어린 연인과 공개 장소에서 애정 행각을 벌여 구설에 올랐고, 한국 관중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3차전에서 마르코스 로호가 결승 골을 넣었을 땐 잔뜩 흥분한 채 중지를 치켜든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비난을 사기도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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