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6일 코로나19에 따른 북한의 식량위기를 우려하면서 내년 초 대북 식량·비료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
이 장관은 이날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CPE)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공동 주최한 ‘제로헝거 혁신 정책회의’ 축사에서 “필요하다면 남북이 내년 봄이라도 식량·비료 등을 통해 적시에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우리 자신은 물론, 같은 민족이자 동포이며 수해·코로나·제재라는 삼중고 속에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북 주민들은 지금도 서로에게 연결된 생명과 안전의 공동체”라며 “남북 인도협력은 어느 한쪽이 도움을 주기만 하는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이제 더 건강한 공동체로 가는 ‘상생의 길’로 발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1984년 서울이 큰 홍수피해를 입은 가운데 북한이 우리 이재민에게 구호물품을 지원했던 사례를 기억한다”며 “지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잠시 멈췄지만 인도협력의 길에서 더 크게 열릴 수 있는 한반도 평화의 기회를 기대하며 협력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에 출석해서도 코로나19 백신 대북 지원 의향을 재차 밝혔다. 그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이 부족해도 (북한과) 나눠야 한다’고 해 논란을 부른 이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자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협력 의지를 밝히는 것은 북한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이겠나 아니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희생을 감수하는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이겠나”고 반박했다. 이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문제)와도 직결된다”며 “남측은 내년 봄이 지나면서 (백신을 확보해) 코로나19을 안정되게 가져갈 수 있을 때 여전히 북한은 안전하지 못하다라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위협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전날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검토하다가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와 관련 “필요에 의해 면담을 추진 하는 것은 좋지만, 여권이 옛날 명나라 청나라 칙사 떠받들듯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그렇게 말하면 너무 제 처지가 왜곡되지 않느냐. 백방으로 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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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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