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이 사건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에 대한 유죄 인증 증거는 당시 수사 과정에서 한 자백, 그리고 피고인의 체모와 사건 현장의 체모가 같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였다”며 “그러나 피고인의 자백은 경찰의 폭행·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객관적 상황에 부합하지 않고,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했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에 결정적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날 검찰은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재심 재판을 이끌어 온 이상혁(사법연수원 36기), 송민주(42기) 두 검사는 이같이 사과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윤씨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박준영 변호사는 최후 변론을 통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심모 형사는 피고인에 대한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가혹행위 등에 대해 인정하고, 현장 검증에서의 위법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다”며 “이 재판에서 국과수 감정서에 대해 중대한 과실로 인한 오류가 아니라 조작이 있었다고 밝힌 검찰의 의견과 관련, 우리도 조작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당시 수사 경찰관들에 대해 “저는 용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해도 성경에는 용서라는 구절이 항상 나온다. 백번이고 만 번이고 모든 잘못을 용서하라고 한다.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씨에 대한 재심 재판은 공판준비기일 2차례를 합쳐 지난 2월부터 이날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열렸으며,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57)를 포함해 21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통상의 형사재판이 검찰의 공격·변호인의 방어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이번 재판은 윤씨의 무죄를 입증하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양측의 협업이 이뤄져 왔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한편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당시 13·중학생) 양이 성폭행 피해를 본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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