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 '이웃사촌'으로 2년 여 만에 복귀
"천만요정 별칭 주신 분들께 실망드려 죄송"
2018년 '미투' 파문으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25일 개봉하는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으로 복귀하는 배우 오달수.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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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심려를 끼쳐드려 지금도 너무 죄송스럽다. 따뜻한 관심을 바로 원한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일 거다. 앞으로 다른 작품들을 통해 차근차근 관객들과 소통하겠다.”
‘신과함께-죄와 벌’(2017) ‘베테랑’ ‘암살’(이상 2015) ‘변호인’(2013) 등 숱한 ‘1000만 영화’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사랑받아 ‘천만요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배우 오달수(52). 2018년 초 ‘미투’ 파문에 휩싸이면서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해온 그가 25일 개봉하는 영화 ‘이웃사촌’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2013년 1280만 관객을 끌어들인 코믹 최루영화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과 다시 손잡은 작품으로 오달수는 이 영화 촬영 중 과거 동료 연극단원으로부터 성추행 폭로를 당했다. 지난해 8월 그의 소속사는 "경찰청으로부터 내사 종결을 확인했고,‘혐의 없음’에 대한 판단을 했다”면서 복귀 가능성을 알렸고 그로부터 약 1년여 만에 그가 공식석상으로 나왔다.
19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달수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앞뒤 사정과 시시비비를 다 떠나서 무한책임이 있고 마음의 빚이 있었다”면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니까 (어렵사리 개봉하는 영화의) 마케팅에 협조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복귀는 이후로 캐스팅이 돼서 다음 작품을 하는 게 아닐까 한다. (이번 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용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주요 질문과 답.
Q : 활동 중단할 동안 거제도에서 텃밭 가꾸고 지냈다고 했는데.
A : “단순하게 살자고 마음먹고 내려간지라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이면 ‘텃밭에 물을 못 주겠구나’ 이런 생각이나 하며 살았다. 당시 초반엔 (심적 충격이) 덤프트럭에 치인 셈이라 술로 매일 보내고 병원 신세도 졌다. 형님이 계신 거제도에 간 것은 ‘노동을 하자,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거제도에선 해지고 나면 할 짓이 없어서 TV 영화프로 봤다. 아무리 생각 없이 산다고 해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여기가 아니고 현장인데’ 싶었다. 영화를, 연기를 그만 둔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Q : 당시 피해자 분들께 사과문 발표도 했는데, 복귀하는 게 불편을 주지 않을까.
A : “당시 소속사 통해서 입장문(사과문) 두 번 냈는데 그때 생각과 변함없다. 서로 입장과 기억의 차이가 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것 같다. (복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엔) 그건 개인의 자유 아닐까. 내가 회유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고. 문제제기를 한다면 하시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 논란 당시 그는 입장문에서 “저로 인해 과거에도 현재도 상처를 입은 분들 모두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면서도 문제를 제기한 여성에 대해선 “당시 연애감정을 가지고 행한 행동”이라며 입장차를 보였다.
2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이웃사촌'. [사진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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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웃사촌’의 개봉이 결정됐을 때 기분은?
A : “(개봉 보류에) 무한책임을 느꼈기에 좀 믿기지 않았다. 당시 보조출연자만 200~300명씩 동원되는 유세장면이나 (다수 차량이 동원된) 마포대교 장면 등을 찍느라 사건 터졌을 땐 전혀 (사건에) 신경을 못 썼다. 끝나고 서울 올라와 ‘여론이 이렇구나’ 체감을 했다. 이후 감독님이 거제도에 여러번 내려왔는데, 작품 얘기보단 살아가는 얘기만 했다. 완성된 영화는 이번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감독님이 주무를 시간이 많았는지(웃음) 편집이 잘 됐고 기대 이상이었다.”
‘이웃사촌’은 1985년 서슬 퍼런 공안정국에서 가택 연금을 당한 야당 총재 이의식(오달수)과 그를 도청하는 임무를 띠고 이웃집에 잠복한 대권(정우) 일행의 이야기. 낮에는 서로 비밀이 많은 이웃사촌으로, 밤에는 도청팀장과 도청대상으로 긴장 관계를 이어가던 두 사람이 독재의 횡포 속에 서서히 교감하는 과정을 이환경 감독 식의 ‘코믹 휴먼’으로 풀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기가 바로 연상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평평한 인물 속에 무리하게 포개놓은 정치 영웅 스토리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오달수 연기 인생에서 보기 드물게 웃음기를 뺀 ‘엄근진(엄숙 근엄 진지)’ 캐릭터란 점도 낯선 대목이다.
25일 개봉하는 새 영화 '이웃사촌'. [사진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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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떤 점에 끌려 이번 영화를 선택했나.
A : “내게 부담스러운 역할이란 건 분명했다. 그분(DJ)께 누가 될까 조심스럽고. 그런데 감독님이 여러번 설득했다. 코믹 이미지가 강한 배우가 이런 진지한 얘기 했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관객의 선입견에서 벗어나려고 혼신을 다해서 했다. 배우의 연기란 ‘약속’이다. 극이 시작되고 5분 내 이 역할로 보기로 서로 약속하는 거다. 그걸 믿고 큰 도전 해봤다.”
Q : 지금으로선 관객에게 다른 생각이 개입될 수 있다. 평가가 부담스럽지 않나.
A : “앞으로 한 두 작품 더 하면서 관객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다 보면 그 (약속의) 시간이 5~10분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은 관객이 느끼실 부담 이해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2018년에 불어 닥친 듯하다.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 등등해서 굉장한 변혁의 한 물꼬를 튼 시기가 아닐까 하는데 (내 영화를 보며) 어떤 판단을 내리실지, 관용을 기대할 뿐이다.”
Q :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 “애정을 갖고 아름다운 별칭(‘천만요정’ 등)까지 지어주시고 했는데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 작품은 작품으로서 봐주십사 부탁드리고 싶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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