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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美대선 돋보기] 성공 가능성 제로 트럼프의 '몽니'…"시간 벌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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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언론, 306 대 232 "바이든 승리" 선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2020년 미국 대선, 11월 3일 투표 이후 12일이 지났지만 개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바이든 후보는 '승리를 선언'하고 당선자로서 행보를 시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이긴 선거를 부정투표와 개표로 도둑 맞았다."며 소송 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선거 후 10일이 지난 13일 조 바이든 후보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고 최종 발표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던 조지아 주는 바이든 후보가,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개표를 진행하는 기초자치단체 카운티(County)에서 개표가 대부분 마무리돼 최종 결과가 보고된데 따른 것이다. 우편투표 가운데 일부 늦게 도착한 투표나 주소나 서명 등이 불분명한 임시 투표(Provisional Vote)가 아직 남아 있지만, 그 수량이 투표 결과를 뒤집을 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미국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위스콘신과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등에서 수개표와 검표 등을 통해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수작업 재검표가 결정된 조지아 주의 경우 트럼프와 바이든의 득표 차이가 1만 4천 표나 되기 때문이다.

설령 득표 수 차이가 1만 표 수준으로 적은 조지아(선거인단 16명)와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 주를 바이든 후보가 내준다 해도 두 지역의 선거인단은 모두 27명에 불과해 바이든 후보에게 남는 선거인단은 매직넘버 270명을 9명 초과한 279명이 된다.

11·3 미국 대선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소송도 잇따라 기각됐다. 미시간주 1심 법원은 13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개표 인증을 막아달라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소송을 기각했다. 최대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재 연방항소법원도 이날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9천300표의 개표를 막아달라는 한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애리조나의 트럼프 선거캠프는 주 전체에서 표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며 마리코파(Maricopa) 카운티에서의 재검표 소송을 자진 철회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트럼프의 선거 불복 소송을 맡았던 로펌 2곳은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은 결국 승산이 없는 게임으로 지지자들을 결집해 다음 정치 활동을 준비하고, 백악관의 자원을 선거에 이용했다는 의혹과 탈세, 성추행 문제 등 본인의 문제를 탈출할 출구전술을 짜기 위한 지연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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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 20일 정오 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뒤집힐 가능성은 제로"

새로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2021년 1월 20일 정오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취임한다. 지난 11월 3일 투표 결과는 각 주 별로 확인 절차를 거쳐 주지사가 6부의 확인서를 만들어 서명한 뒤, 문서 기록 보관 담당자와 선거인단에 보낸다. 각 주의 선거인단은 주지사가 보낸 확인서를 토대로 12월 14일(12월 둘째 수요일 다음 월요일)에 각 주에서 선거인단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담은 문서 6부를 기록 보관 담당자와 연방상원에 보낸다. 그리고 내년 1월 3일 출범하는 미국의 117대 의회는 1월 6일 상하원 전체 회의를 열고, 각 주에서 보낸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일일이 호명하고 확인 절차를 거쳐 46대 대통령을 공식 발표한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선거의 관리는 각 주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12월 8일 이른바 안전피항일(Safe Habor Day)까지 각 주에서 최종 확정한 투표 결과는 그대로 인정한다. 주 의회가 주 지사가 서명한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주 지사와 다른 선거인단을 연방 상원에 통보할 경우, 연방 의회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해 결정할 수 있지만 투표나 개표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주지사가 결정한 사항을 그대로 인정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연방 의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연방 대법원이 나설 수 있지만, 미국 연방법은 주지사의 결정에 따르도록 한다."고 지난 2000년 플로리다 재검표 당시 앨 고어 후보의 변호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브아(David Boies) 수석 변호사는 밝혔다. 선거사무를 최종 결정하는 담당자가 주 지사인지 주 국무장관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핵심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의 주지사와 국무장관은 모두 민주당 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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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스트 벨트(Rust Belt) 복원 민주당, 장기 집권할까?

조 바이든 당선인이 확보한 선거인단 306명은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보다 36명이 많은 것으로 공교롭게도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보한 선거인단 숫자와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확보한 232석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1992년 이후 28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됐다.

이번 미국 대선은 예상과 달리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앞서가기 시작했지만, 바이든 후보가 경합 주 6곳 가운데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 3개 주를 되찾아오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러스트 벨트는 공업지대로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가 많아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블루월(Blue wall)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2016년 대선에서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이기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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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당선인은 남쪽 선 벨트(Sun Belt) 경합 주인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3개 주 가운데 애리조나에서도 승리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지역인 조지아 주에서도 1992년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을 누르고 선거인단을 차지했다. 애리조나의 피닉스, 조지아의 애틀랜타 등 대도시에서 민주당 지지표가 대거 나왔다. 코로나19의 대 확산과 함께 경찰의 흑인 청년 살해 사건이 이어지면서 젊은 층과 흑인 등에서 바이든 후보가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NN은 흑인의 87%, 라티노는 65%, 아시안은 61%가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몰표를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백인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57.5%가 트럼프 대통령에 투표했고, 이번 대선에서는 57%가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고 밝혔다. 백인은 공화당 트럼프, 유색인종은 민주당 바이든이라는 인종간 지지율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20년 미국 대선의 투표율이 65.5%에 달해 73.3%를 기록했던 1900년 대선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높을 것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함에 따라 각 주가 사전 투표를 쉽게 하면서 사전 투표자가 1억 명을 넘었고, 사전 투표 가운데서도 우편투표자가 6천500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뒤늦게 개표가 시작된 우편투표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몰표가 나오면서 개표 초반 트럼프가 앞서던 선거는 역전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의 부정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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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임기 6년의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5명에 대한 선거에서는 지금까지 민주당이 1석을 더 확보해 상원에서의 의석수가 민주당 48대 공화당 50이 됐다. 아직 공화당 상원의원이 더 많지만 조지아주에서 내년 1월 5일 실시되는 결선 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50대 50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원의원 수가 같아진다. 민주당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상원 의장으로서 캐스팅 보트를 갖고 있는 만큼,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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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2년인 하원 의원 선거에서는 지금까지 개표 결과 공화당이 7석을 더 얻어 민주당 218명, 공화당 203명이 됐지만, 민주당 우위가 유지될 전망이다. 조지아주 결선 투표 결과 민주당이 이기면, 대통령 선거와 상원, 하원 선거를 모두 이기는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이 달성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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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하원 선거에서는 여성 의원 당선인이 141명에 달할 것으로 CNN은 전망했다. 기존의 127명에서 14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여성의원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민주당 여성의원이 12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LGBT라고 불리는 성 소수자 의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 2021년은 바이든 시대, 세계 질서 구조적 변화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1일 오랜 최측근 참모이자 워싱턴 정가의 정치 전문가로 꼽히는 론 클레인(59)을 초대 비서실장에 낙점하는 등 차기 대통령으로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전문가들로 코로나19 대응팀을 구성하고, 경제활동을 우선시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19 대응 방식에서 탈피해 마스크 착용과 방역활동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은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와 달리 "품격 있는 미국(Decent America)"을 주장하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깡패 집단(Thug)'이라고 부르며 통제 수단을 확보하는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무대에서의 미국의 위상에 걸맞은 적극적인 역할도 약속했다. 인권과 다양성을 중시하고, 이민정책의 완화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그린 뉴딜 정책도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법인세와 소득세를 다시 올리고, 최저임금 인상과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폐를 추진했던 건강보험 의무화 조치 오바마케어도 확대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창궐과 경제활동 위축, 부채 증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패권 갈등, 어느 것 하나 녹녹지 않은 상황이다. 4년 동안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심화시킨 분열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세계질서 속에서 반 세기 동안 미국의 정계에 몸 담았던 78세의 최고령 당선자 조 바이든 당선인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용철 기자(yc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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