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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이 순서로 “3강 구도”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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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이 순서로 “3강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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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이 숨 가쁘게 돌아간다. 이번 주 최대 뉴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미국 국민이 누구를 선택할지 세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누가 되든 미국은 건국 이래 이런 시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다. 일부 공화당 대 민주당 지지자들은 글자 그대로 기관단총으로 중무장을 한 채 총격전이라도 벌일 태세다. 선거가 아니라 전쟁이다. 하나도 과장이 없다. 현장투표, 우편투표, 사전투표, 대략 세 갈래로 치러진 투표함을 다 열기까지 개표에만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미국은 이번 선거로 품위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승복 의사도 불분명하다. 이런 적이 없었다. 도박사들은 바이든 승률을 65%라고 점쳤다고 하고, 미국 주식시장도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하고 있으며, 미국 언론들도 6.7%p 격차로 “대체적인 바이든 우세”를 최종 분석으로 내놓고 있으나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2 “누가 되든 ‘분열된 미국’이 숙제”라는 신문 제목도 있었는데, 우리는 그보다 “누가 되든 ‘한국 왕따 외교’가 숙제”라는 제목을 달아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되든,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과 크게 대립하는 국제 외교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이다. 미국에 등 돌리고 중국에게 외면당하는 한국 외교는 인적 진용과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미 ‘존재 이유’가 희미해진 강경화 외교장관에 대한 교체를 연말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미국 대선 결과와 함께 대한민국의 차기 외교장관 후보가 발표돼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다.

#3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 사표를 냈다. 일단은 정권 실세들에 대한 홍 부총리의 오랜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한 해 나라 예산을 짤 때도, 두 차례 추경 예산 때도, 부동산 문제에도, 그리고 일자리 문제에도, 재난지원금 대상을 설정하는 문제에도, 최근에는 주식 양도세 대상 대주주를 10억에서 3억으로 낮추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청와대와 민주당이 자기들 입맛대로만 할 뿐 정부와 경제부총리는 들러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한마디로 “판판이 밀리자 폭발한 것”이다. 청와대가 만류하고 대통령이 재신임했다고 하는데도 본인은 “관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지금 이 시간에는 상황이 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사표가 최종적으로 반려된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모양새를 영 구기게 됐다. 왜냐하면 원래 장관의 인사와 거취 문제 의사 전달은 비공개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홍남기 부총리가 국회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가 봐도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항명(抗命) 사태”라고 해야 한다.

#4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전임 김동연 부총리, 그리고 현 홍남기 부총리 두 사람 모두 정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경제 정책을 펴자 이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이 대통령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도 취임 초기부터 장하성 실장, 김상조 위원장 같은 정권 실세에게 밀려나 존재감을 박탈당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었는데, 특히 그는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에 관해서 우려를 표시하며 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일자리가 악화되고 고용지표가 곤두박질치자 김동연 부총리는 “가슴에 숯검댕이를 안고 사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적도 있다. 그런 시간이 흐른 뒤에 김동연 부총리는 물러났고, 지금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마당에 후임 홍남기 부총리마저 명백한 불만 의사를 표시하며 사표를 던졌으니 사태가 심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정부 내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다른 사람도 아닌 두 사람 경제부총리의 사표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5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윤석열 두 사람의 노골적인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고 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게 진짜 검찰개혁”이라고 맞받아쳤다. ‘추미애 장관을 비판하는 커밍아웃 검사들에게 사표를 받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 글이 어제 서명 인원 40만을 넘어서자 추 장관은 어제 오후 소위 입장문이라는 것을 냈다. 그리고 검찰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추 장관의 말투는 예의를 차린다든지, 직접적인 이름과 직책 거명을 삼간다든지 하는 그런 기본 태도를 포기한지 오래됐다. 곧바로 “검찰총장이 정치 중립을 훼손했다”고 했다. 일선 검사들은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반응을 보였다.

#6 윤석열 검찰총장은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윤 총장은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이 하는 것은 ‘(검찰)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면서 “추 장관이 코너에 몰린 듯하다”고 했다. 그렇습니다. 코너에 몰린 사람들의 특징은 말이 거칠어지고, 상대의 이름과 직책을 직접 거명하면서 물어뜯으려 한다는 점이다.


#7 이번 주 문화일보가 창간 29주년 여론조사를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물었다.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이 58.0%, 그리고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33.8%로 나왔다. ‘임기 보장’이 ‘사퇴’보다 25%p쯤 높게 나온 것이다. 대체적인 국민 여론은 윤 총장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물었더니, 여권에서는 이재명 27.3%, 이낙연 20.0%, 그리고 야권에서는 윤석열이 10.7%가 나왔다. 그런데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재명·이낙연은 나란히 21.5%를 기록한 반면, 윤석열은 17.2%로 치고 올라왔다. 윤 총장은 지난달에 비해 무려 6.7%p 급상승했다. 상승 기세로만 본다면 ‘윤석열, 이재명, 이낙연’ 이 순서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군다나 이재명·이낙연은 이미 ‘대선(大選) 경기장’에 들어와 트랙을 돌고 있는 사람이고, 윤석열은 아직 경기장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뒤쫓고 있다. 만약 그가 경기장에 들어와 이재명과 함께 뛰기 시작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질까.

#8 이재명 지사도 이제는 윤석열 총장을 경쟁상대로 본격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인터뷰에서 이재명 지사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급격하고 오른 것에 대해 “(윤석열 3위는) 웃기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송파병 당협위원장은 “본인 1위는 진지한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이 지사가 윤석열의 지지율 급상승을 “웃긴다”고 했으나 사실은 절대 웃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진지하게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대선 구도마저도 내일모레 이번 주 금요일 11월6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어떤 판결을 받느냐에 따라 크게 바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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