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현안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고조되는 데 대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정 총리는 “두 사람이 싸우지 못하도록 총리가 나서서 중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정세균 국무총리./JTBC |
홍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에 눈만 뜨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대립하고 싸워서 국민들이 짜증을 낸다”며 “이 참에 두 사람 다 해임 건의를 하든지, 아님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택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계속돼서 국민께서 몹시 불편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라면 절제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조선일보DB |
이어 “어떻게 할 말을 다 하고,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서 고위공직자로서 도리를 다한다고 할 수 있겠나”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정 총리가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 장관은 수 개월 간 국회 공개 석상 등에서 이른바 ‘검찰 개혁’과 아들의 특혜 군(軍) 복무 의혹 등과 관련해 야당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엔 자신을 실명 비판한 평검사들을 향해 ‘커밍 아웃’이란 단어까지 쓰면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윤 총장 역시 지난 3일 신임 부장검사 연수에서 프랑스 대혁명까지 언급하며 “'검찰 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2021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
정 총리는 온화한 성품으로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5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 총리는 1999년부터 매년 국회 출입기자들이 선출하는 ‘백봉신사상’을 전체 21회 중 15회를 수상, 역대 최다 수상자로 기록됐다. ‘백봉신사상’은 현역 의원 중 가장 신사적인 언행과 리더십, 모범적 의정활동을 펼친 이들을 대상으로 수여된다.
정 총리는 지난달 3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식에서 한 20대 예비 부부가 “인상이 너무 인자하신 총리님을 주례 선생님으로 모시겠다”고 한 돌발 요청을 흔쾌히 수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런 정 총리가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에 대해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할 정도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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