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함께 건넜던 '도보다리' 낙후돼 접근 통제
코로나19·ASF 방역에도 '철저'…방역 매트·소독제 곳곳에 배치
판문각 촬영하는 시범견학단 |
(판문점·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정래원 기자 = "판문점에는 가슴 아픈 대립의 역사, 그리고 대화와 협력의 역사가 공존합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3개월 만에 판문점 견학이 재개된 4일 견학 지원센터 개소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총 376차례의 남북회담이 열렸고, 2018년에는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기도 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정전 이후 처음으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기도 한 판문점이 이날 다시 시민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에 따라 중단됐던 판문점 관광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 상태가 이어지다가 이날부터 재개됐다.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늦가을 날씨에도 공모를 통해 선발된 시민 20명과 취재진 등 시범견학단 80여명은 설레는 표정으로 신원 확인에 응한 뒤 견학 장소로 가는 유엔군사령부 버스에 올랐다.
자유의집 둘러보는 시범견학단 |
버크 해밀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미 육군 대령)은 "판문점은 대화의 장소"라면서 "회의장 건물들은 남북 간 자유 왕래가 가능한 최적의 장소로 고려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350여 차례 회의가 이뤄진 T2(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역시 남과 북이 각각 테이블 한쪽씩을 차지해 앉는 구조 그대로 놓여 있었다.
통제된 4·17 남북 정상회담 장소 |
당시 회담을 계기로 '평화의 아이콘'처럼 여겨졌던 도보다리는 이후 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경색이 이어지던 상황을 반영하듯 시간에 녹슬어있었다.
다리 가운데가 다소 휘어있는 등 문제가 생겨 견학 참가자들의 접근도 일부 통제된 상태였다.
해밀턴 대령은 "교량이 가라앉는 중이라 견학이 불가능하다"면서 "회담 당시에 임시로 지어진 다리이다 보니 상태가 많이 낙후됐다"고 설명했다.
해밀턴 대령은 "다리 밑에 지뢰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이미 150개가량 지뢰를 제거했는데, 홍수 이후로 더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에서 통일부 측에 교각 보수를 요청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카메라 보는 북한군 |
북한과 경계가 바로 눈앞에 있는 만큼 동선마다 관광객에 대한 통제도 고삐를 풀 수 없는 모습이었다.
견학에 참여한 이재강 경기도 부지사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넘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자 해밀턴 대령은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손님으로 웅성거린 남쪽의 판문점과 달리 이동 중 바라본 북쪽의 판문각은 조용했다.
북한군은 건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간혹 창문 안쪽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스치듯이 보였다.
판문각 건물 안에서 창문 틈으로 카메라를 빼꼼 내밀고, 렌즈를 통해 남측 지역을 바라보는 북한군도 보였다.
'남북 정상 기념식수가 열린 곳' |
코로나19와 ASF 방역 필요성이 여전히 강조되는 상황에서 견학이 재개된 만큼 방역 물품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안내소와 자유의 집, 견학의 마지막 코스인 고 장명기 상병 추모비 앞에는 방역 매트가 설치됐고, 체온계와 손 소독제도 안내소 등 곳곳에 비치됐다.
또 판문점 내 흙이나 돌을 반출하지 않도록 확인 및 통제하고, 견학 참가자들이 외부에서 음식물을 가져오는 것도 금지됐다.
전투복을 입고 베레모를 쓴 경비 대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로 참가자들을 인솔했고, 방역 준칙이 적힌 배너도 동선을 따라 설치돼 견학 중에도 방역에 소홀하지 않도록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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