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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이춘재 “억울하게 20년 복역한 윤씨에게 사죄...반성하고 참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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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법정에 나와 진실 말해줘 고마워”

희대의 연쇄살인범 이춘재(57)는 2일 법정에 피고인이 아닌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가 자백한 미제 살인사건 14건 등은 모두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20년을 복역한 윤성여(54)씨의 재심 재판에 윤씨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이날 재판에서 이춘재는 “제가 저지른 살인 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수형생활을 한 윤씨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씨의 변호인 측이 이른바 ‘화성 연쇄살인사건’ 당시 윤씨를 포함해 범인으로 몰려 경찰서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다가 죽거나 다친 무고한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뉴스 영상을 재생한 후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또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가서 (윤씨의) 앞으로의 삶이 더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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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는 또 "저로 인해 죽은 피해자들의 영면을 빌며, 유가족과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며 “제가 이 자리에서 증언하는 것도 작은 위로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마음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제가 저지른 일은 앞으로 없어질 수 없다. 모든 분에게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춘재는 또 재판장인 박정제 부장판사가 “윤씨는 증인을 대신해 옥살이를 했는데, 작년에 경찰이 찾아오기 이전에는 자수해 진실을 밝힐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 질문에는 “경찰의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몰랐고, 당시 장애인의 모방범죄로 밝혀졌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결과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날 이춘재의 증언이 끝난 뒤 윤씨는 취재진에게 “그나마 이춘재가 진실을 말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 사람에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준 것은 고마운 일이고 홀가분하지만 100% 만족스럽지는 않고 결심, 선고 등 결과가 나와봐야 100% 만족이 될 것 같다”고 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당시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주택에서 여중생 박모(13)양이 성폭행에 이어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인근의 농기구 수리업소에서 일하던 윤씨는 이듬해 9월 범인으로 검거됐다. 당시 경찰은 윤씨를 조사하면서 3일 동안 잠을 제대로 재우지 않고 폭행을 행사해 허위자백을 받아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윤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20년간을 복역한 끝에 2009년 가석방됐다. 또 이춘재의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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