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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일본의 코로나 대응은 70점... 생명, 경제, 인권 조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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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대응 검증보고서’ 출간한 후나바시 API 이사장 인터뷰

일본모델은 초기의 혼란 극복하고 건강-경제-인권의 3가지 조화

성공은 아니지만 辛勝하고 있는 중...

한국이 디지털 분야를 충분히 활용한 것은 성공적인 사례

중국은 블랙홀…중국 이외의 대안 찾아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70점, 신승(辛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모델은 실패하지 않았으며 어느 정도 결과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검증 보고서 발간을 주도한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아시아•퍼시픽 이니셔티브(API) 이사장의 중간평가다. 후나바시 이사장은 29일 줌(ZOOM)을 이용해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일본은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28%인데 많은 사망자가 나오는 것을 피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은 29일 현재 감염자가 10만명을 넘었으며 사망자는 1761명을 기록했다. 한국보다는 감염자, 사망자가 약 4배 가량 많지만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에 비해서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후나바시 이사장은 올 초 코로나 사태로 일본 사회가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신형 코로나 대응 민간임시조사회’를 만들어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고바야시 요시미츠(小林喜光) 미츠비시 케미칼홀딩스의 회장을 비롯한 4명의 고위급 인사들로 위원회를 만들었다. 그 아래에 19명의 전문가로 워킹그룹을 설치했다. 이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현 총리,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당시 후생상) 등 정부 인사 83명을 101회에 걸쳐 면담조사를 한 후, 466페이지의 두툼한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스가 총리에게도 직접 전달됐다.

검증 위원회는 우선 ‘일본모델’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클러스터(집단감염) 대책에 의한 개별 사례 추적, 벌칙 없는 자숙요청과 휴업 요청을 중심으로 감염 확대의 억제와 경제적 피해의 한정(限定) 양립을 목표로 한 일본 정부의 접근 방식.’ 즉, 법적인 강제 조치를 동원하지 않으며 인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감염 억제와 경제생활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는 일본 모델은 성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소프트 록 다운(soft lock down)’ 정책으로 일정한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코로나 사망률은 100만명당 8명으로 G7 국가중에서는 가장 적다고 평가했다. G20 국가중에서도 중국 한국 호주 다음으로 4번째로 적다는 것이다.

또, 일본 모델은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건투(健鬪)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는 올해 4~6월 2분기에 전기(前期) 대비 -7.9% 감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것은 G7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업률은 7월 2.9%로 상승했지만 이것 역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한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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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증보고서에서 언급한 일본 모델의 특징은 무엇인가.

“생명과 건강, 경제생활, 인권과 프라이버시의 3가지를 조화시킨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도 개인의 인권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일본 모델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는.

“초기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혼란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아직 일본 모델이 성공하고 있는지, 이게 좋은 것인지 잘 모르고 있다. 조금씩 일본 정부의 노력이 평가받고 있다고 본다.”

- 올해 일본의 초기 대응이 늦었던 것은 역시 올림픽을 의식했기 때문인가.

“그게 중요한 검증 테마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검증 결과 그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위기의식이 낮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아베 총리는 2월에 전국 휴교 조치를 취했다. 당시 내각 내에서도 ‘올림픽을 그만둘 것이냐’며 고위 인사들과 미디어가 전부 반대한 것을 상기해보라.”

- 검증 보고서를 위해 아베 전 총리도 만났는데.

“아베 전 총리는 코로나 대응이 쉽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지난 4월 긴급조치 선언을 할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는 긴급조치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경제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 후나바시 이사장은 스가 총리도 최근 만나지 않았나.

“얼마전 스가 총리에게 이 보고서를 전달하면서 6가지 제안을 했다. 그 중의 하나가 새로운 유행에 대비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법적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휴업 명령, 보상 등을 명기한 특별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 스가 총리의 반응은

“신중했다. 일본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의식이 강하다. 자민당 내에서도 법으로 규제하는 데 대해선 여러가지 견해가 있다.”

- 코로나 사태가 도쿄 올림픽에 대해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스가 총리는 도쿄 올림픽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특히 올림픽과 관련해서 관광은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일본의 문을 다시 열어 관광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 한국은 정부의 강제력을 최대한 동원해 코로나 감염율을 크게 낮췄으나 인권 침해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모델’은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에 비해 한국이 디지털 분야를 충분히 활용한 것은 성공적인 사례다. 일본은 디지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많다. 다만, 중국처럼 국가권력이 인권, 프라이버시를 무시하고 지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 모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한국 모델이 일본 모델과 비교할 때 적절한 것인지, 틀린 것인지 그런 판단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나온 검증 보고서를 보완해 영어판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한국 전문가도 참여시켜서 한국 모델 더 연구하고 싶다”

- 중국 문제는 코로나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는데.

“중국은 블랙홀이다. 중국은 이번에도 문제를 일으켜놓고서는 칭찬받기만을 바라는 시대에 접어 들었다. 다른 나라가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 됐다. 이런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중국 이외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일 양국은 협력이 제한적이었는데…

“코로나 사태에서 선전하고 있는 일본, 한국이 협력해서 결과를 내면 전 세계에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데…. 현재 양국이 대치하는 상황은 매우 유감이다.”

<후나바시 이사장은 누구?>

일본 아사히 신문 주필 출신으로 API를 만들어 일본과 관련된 주요 현안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후나바시 이사장은 2011년 3•11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당시에도 민간 위원회를 만들어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당시 API 가 발간한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 - 9개의 사각(死角)’은 센카쿠 충돌, 국채 폭락, 수도 직하(直下) 지진 등 일본에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9개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의 5번째 시나리오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의사가 사라진 날’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의료진 부족과 의료 붕괴를 정확하게 예측해 주목받았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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