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선거 막바지
유럽으로 출국하는 유명희 본부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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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후보에 예상보다 ‘열세’ 불구
정부, 미국 지지에 “최선” 입장
EU·중국 등 WTO 주요국과
대립하며 ‘완주’하기는 부담
정부 “진퇴 빨리 결론 낼 것”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회원국들의 선호도 조사에서 상대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뒤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후보 사퇴와 버티기의 갈림길에서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8일(현지시간) 유 본부장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을 지렛대 삼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대 후보와의 격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파악된 데다 다자주의 복원을 주장하는 유럽연합(EU)·중국 등과 맞서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 마냥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판세가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29일 “선호도 조사의 정확한 결과를 알기 위해 조사 주체인 WTO ‘트로이카’(일반이사회 의장, 분쟁해결기구 의장, 무역정책검토기구 의장)에게 물었지만 후보의 위엄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알려줄 수 없고,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로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판세가 명확해진 만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이 유 본부장 선출에 끝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정도로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 자원외교 등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호도 조사에 앞서 EU 27개국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USTR이 관례를 깨고 유 본부장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막판 변수다. USTR은 성명에서 “유 본부장은 통상 협상가와 무역정책 입안자로서 25년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진정한 통상 전문가”라면서 유 본부장의 ‘현장 경험’을 강조했다. 반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통상 부문 경험이 적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유 본부장이 지금까지의 결과를 수용해 자진 사퇴하는 쪽과 최종 담판이 벌어질 특별 일반이사회(11월9일)까지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의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둘 중 어느 쪽이든 되도록 빨리 결론을 내자는 원칙을 갖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USTR이 관례를 깨고 유 본부장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만큼 미국 측과도 긴밀히 조율해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WTO 주요 회원국들과 맞서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미국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반대하는 것이 ‘미국 우선주의’를 강제하기 위해 중국과 EU가 지지하는 후보를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WTO가 미국에 불공정한 판결들을 내린다며 번번이 발목을 잡아왔다. WTO에서 무역분쟁에 대해 최종적으로 판정을 내리는 상소기구의 위원 임명을 계속 막아, 지난해 12월부터는 상소기구의 기능이 정지됐다. 한국이 미국 지지를 등에 업고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국제 통상 질서의 ‘모범국’을 자부해온 나라가 오히려 WTO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박효재·김유진 기자·구정은 선임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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