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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美, '열세' 유명희 공개 지지…WTO 사무총장 선거 막판 안갯속(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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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 28일 "진정한 통상전문가" 지지 성명…블룸버그 "美, 비토로 혼란 야기"

통상전문가들 "美 메시지 가볍지 않다"…미 대선 전 결론 어려울 듯

아시아경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온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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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문채석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결선에서 미국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식 지지하고 나서면서 막판 혼전이 빚어지고 있다.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우위를 점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로 판세가 기울었으나 미국의 반대에 부딪히며 판을 흔드는 대형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을 통해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USTR는 "유 본부장은 통상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로 통상 교섭과 정책 수립 분야에서 25년 동안 눈에 띄는 경력을 쌓았다"면서 "WTO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데 필요한 모든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WTO와 국제 통상은 매우 어려운 시기"라면서 "분쟁 해결 체계가 통제 불능이고 기본적인 투명성의 의무를 지키는 회원국이 너무 없는 시기를 맞아 실전 경험이 있는 진짜 전문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WTO는 이날 전체 회원국을 소집한 회의에서 유 본부장과 함께 결선에 진출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회원국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그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했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한 대표단이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의 입후보를 지지할 수 없으며 계속해서 유 본부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표단은 미국이었다"고 전했다. 선호도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 본부장이 이끄는 WTO 체제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 "선거판 뒤흔들 대형변수"

통상 전문가들은 "(WTO) 선거 판을 뒤흔들 대형 변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WTO가 다음달 3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사무총장 선거를 끝내기 위해 사실상 유 본부장의 자진 사퇴를 권한 직후에 '미국은 유 본부장이 이끄는 WTO 체제를 원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것인 만큼 선거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절차'의 측면에서 보면 '다음달 7일(현지시간) 후보자 만장일치 추대-9일 WTO 일반이사회에서 추천, 빠르면 3일 미국 대선 전 발표'라는 기존의 판은 USTR 성명 발표로 깨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비토로 WTO의 혼란을 야기했다"면서 "새 총장을 선출하려는 노력이 장애물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월 상순을 목표로 한 선출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고,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의 반대가 계속되면 WTO의 수장 부재가 장기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일부 외신들은 미국의 결정이 WTO 선거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높였다고 전했다.


모든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로 선출되는 WTO 사무총장 선거 방식상 영향력이 큰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반대가 있을 경우 의견차를 줄이기 위한 논의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외신들은 미국의 반대로 사무총장 선거 결과 확정이 다음달 3일 진행되는 미 대선 이후로 밀렸다고 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회의 일정 자체를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투표·재선거 가능성 낮아…임기 나누는 3안 나올수도"

향후 고려해볼 수 있는 절차는 ▲재선거 ▲ 투표 ▲임기 분리 정도다. 다만 재선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WTO가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WTO 사무총장이 지난 5월 사임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4개월짜리 단기 선거'를 치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투표를 진행, 선호도 조사에서 우위에 선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로 승기를 확정짓는 방법도 있지만 1995년 창립 후 20여년간 줄곧 컨센서스 제도를 유지해온 데다 협력을 중시하는 기구 특성을 고려하면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니라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중국과 EU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컨센서스에 통과하지 못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 모두 3년씩 사무총장을 맡게 한 전례가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0여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는 등) 사실상 미국인이나 다름 없는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아닌 유 본부장을 미국이 지지한 점, WTO 선호도 조사 후 이례적으로 미국이 그와 반대의 성명을 낸 점 등을 보면 미국의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로써 한국 정부가 사퇴를 해야 할 이유는 없어졌고, 관례상 투표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어-수파차이' 전례와 같은 '제3의 안'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표심'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유 본부장 지지 선언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차기 사무총장 재임 후) WTO의 상소 기구 구성 등 전반적인 의사결정 체계 자체를 바꾸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EU와 중국이 지지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보다는 유 본부장이 사무총장이 됐을 경우 미국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좀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퇴선언 안해…"컨센서스 과정 참여"

정부는 WTO의 선호도 조사에서 유 본부장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밀렸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퇴' 선언은 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최종 선출을 위해 향후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합의한 후보를 다음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도 "정부는 지금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 회원국 간 컨센서스를 이뤄가는 과정이 남았으니 그 과정에 참여할 것이고, 합리적으로 결정해서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아직 (사퇴 여부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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