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약속해드린 대로 오늘은 ‘차기 대선 주자, 여야 얼굴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최근 여론조사 결과부터 말씀 드린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합동으로 22~24일 전국 유권자 1천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차기 대선주자 적합한 사람이 누구냐, 이렇게 묻는 적합도 조사였다. 결과는 이재명 23%, 이낙연 20%를 기록했다.
자,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세 가지다. 첫째, 두 사람의 접전은 오차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이낙연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한 가지 특징은 이재명 지사가 3개월째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의 3개월 연속 1위”, 이것이 여권 대선 후보군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특징은 두 사람 모두 지지율이 20% 안팎에 머무르는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재명 20%, 이낙연 17%였다. 외연 확장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항간에는 인터넷 괴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도참사상에 정통한 도인이 말하기를 다음 대통령 이름에는 ‘밝을 명(明)’ 자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술자리 안줏감으로 하는 얘기겠지만, 아무튼 여권의 다음 대권 주자로 이재명 지사가 유력하다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얘기일 것이다. 저녁에 아무 부담 없이 사석에서 얘기 보따리를 풀면, “나는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이라고 확신한다”는 사람을 더러 만날 수 있다. 보수 성향을 가진 유권자 중에도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 형수한테 했다는 쌍욕 의혹, 배우 김부선씨와 스캔들 의혹, 그리고 부인 김혜경씨의 ‘혜경궁 김씨’ 댓글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과 무죄 확정 등등 보통 정치인이라면 한 개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은 허들을 무수히 통과해왔다는 점, 그리고 ‘어젠다 셋팅’ 능력이 다른 어떤 여권 후보보다 탁월하다는 점, 방송 능력,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다른 후보들보다 카리스마가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일요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런 반응을 보였다. “(고인은)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 “그러나 고인은 재벌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도 끼쳤다.” 본인 말처럼 나름대로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짚은 것이다. 그러나 그 뒤에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 전문은 ‘그림자’ 언급 없이 온통 “혁신적인 리더십” “경제성장의 견인차” “귀감과 용기”라는 상찬으로 일관했다. 이튿날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게 이어졌다. 빛과 그림자를 함께 짚었던 이낙연 당대표가 머쓱해진 것이다.
여론조사도 그렇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 분위기도 이재명 쪽으로 약간은 기울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성급하게 이낙연 대표가 대선 가도에서 중도 탈락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때 그 빈곳을 채울 후보로 정세균 총리를 꼽는 정치부 기자들이 많다. 정 총리는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특유의 온화함과 외유내강형 성품으로 국회 출입기자들이 투표로 매년 선출하는 백봉신사상을 올해까지 15차례나 받기도 했다. 정 총리는 이낙연 대표처럼 호남 출신이다. ‘전라도와 수도권의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이낙연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 총리는 매번 50%가 넘는 득표율로 여섯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그만큼 당내 기반이 튼튼하다.
그러나, “그러나!”이다. 이낙연 이재명 정세균, 이런 이름들은 결국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오는 11월6일 서울고법 형사2부가 심리하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만약 이날 ‘김경수 무죄’가 선고된다면 여권 대선 후보 진영은 갑자기 요동칠 가능성이 100%다.
정치권에서는 업계 전문용어로 ‘병풍’이라는 말을 간혹 쓰곤 한다. 어떤 중견 정치인이 대권의 포부를 밝혔을 때 그의 뒤에 병풍처럼 들러리를 서줄 동료 의원이 몇 명쯤 될 것인가를 얘기할 때 쓰는 말이다. 이낙연, 이재명, 이 두 사람보다는 정세균 총리 뒤에 병풍처럼 서주는 의원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그러나 만약 김경수 경남지사가 피선거권을 확실하게 보장받게 되면, 김경수 뒤에 병풍처럼 늘어설 의원은 100명쯤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김경수는 자타가 공인하듯 친노·친문 진영의 적자 적손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따진다면 김경수 지사를 앞설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여권의 대선 경쟁은 여러 우여곡절이 많겠으나 마지막 남는 사람은 ‘김경수’가 아니겠느냐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야권 후보는 어떻게 될까.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국감의 마지막 발언에서 “은퇴 후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말로 정치권을 뒤흔들어버렸다. 앞서 말씀 드린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합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이낙연 다음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4%를 기록했다.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이 뒤를 이었다. 윤석열은 왜 안 보였을까. 윤석열 검찰총장은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지난 7월 SBS가 실시한 대권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10.3%를 기록하면서 당당히 야권의 첫 번째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었다. 데일리안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지지도 15.5%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 뒤로 윤 총장은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을 했고, 많은 여론조사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 국감에서 돌연 “은퇴 후 국민 봉사”를 선언해버린 것이다. 대부분 정치권 인사들과 많은 국민들은 “은퇴 후 국민 봉사”라는 말을 마치 윤석열의 대선 출마 선언처럼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났다.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는 것 같았다. 백전불굴의 장군을 묶어놓고 애송이들이 모욕하고 온갖 공작을 동원하지만 결국은 넘사벽 실력차를 보여줬다.” 지금 야당은 고질적인 인물난을 단비처럼 해소할 수 있는 ‘윤석열 카드’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번 국감장에서 윤석열이 보여준 대처 능력, 그리고 돌파력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야당은 줄곧 ‘투쟁력 부족’에 시달려 왔는데, 윤석열만큼 강력한 투쟁력을 갖춘 선수를 어디 가서 찾겠느냐는 것이다. 윤석열은 지금까지 거대 정권에 단기필마로 맞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의) 거침없는 답변, 폭발적 제스처, 강렬한 카리스마의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무성 전 의원은 윤 총장에 대해 “영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과거 관료 출신으로 대선 레이스에 한껏 기대를 모았다가 중도 탈락한 인사로 고건·반기문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또 윤석열은 박근혜 정부를 대상으로 ‘적폐 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한 과거 전력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친박 지지자들에게 윤석열은 받아들일 수 없는 후보인 것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로 운운하는 건 막장 코미디”라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의 바로 그러했던 과거, 즉 정권을 가리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섰던 그의 과거가 중도 진영에 있는 유권자에게는 더욱 강력한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선 주자 5인, 즉 안철수 오세훈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5인 원탁회의체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반향은 거의 없다. 정치권과 일반 국민의 관심은 오히려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혈혈단신으로 맞서서 확실하게 나라의 나아갈 길을 직을 걸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대 윤석열 대결 구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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