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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라임·옵티머스 사태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들춰낸 법조계 민낯...'전관예우·불법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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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폭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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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 약 4명 중 3명, 이는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말한 변호사 비율이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2018년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의뢰로 변호사 24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나온 결과다.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일반 국민의 비율(41.9%)에 비해 크게 높다.

만약 이 질문을 지금 다시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전관예우를 인정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오지 않을까?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비롯한 사모펀드 사태에도 이른바 '전관'들의 이름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김봉현 사건에 영향 끼친 전관은 누구

앞서 라임 펀드를 수천억원 판매한 장용준 전 대신증권센터장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해 "로비를 어마어마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김 전 회장의 로비는 전방위에 걸쳐 있었으며 대부분 '전관'을 통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전직 판사, 전직 검사는 물론 전직 금감원 직원 등이 포함됐다.

김 전 회장은 최근 일주일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옥중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의 입장문에는 전관 출신 A변호사가 등장한다. A변호사는 검사 3명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했고, 김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룸살롱에서 이들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A변호사가) 회식 참석 당시 ‘추후 라임 수사팀 만들 때 합류할 검사들’이라고 했다”며 “실제 한 명은 수사팀 책임자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실제로 검찰 조사과정에서 누군가 와서 분위기가 좋아졌고 수사에 잘 협조했으니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겠다는 예상도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가 지난 21일 추가로 발표한 2차 옥중 입장문에서는 "술 접대를 한 검사 3명은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며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또 A변호사와의 관계를 자세히 언급하면서 “검사 3명 술 접대는 확실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수사를 피해 도주할 당시 검찰 관계자의 조력을 받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A변호사는 현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을 본 사람들은 '김씨는 믿을 수 없지만 그가 로비를 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다른 전후 사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지난 26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 전 회장에게 강남 술집에서 고액의 향응을 받은 검사가 이 사건 수사팀장으로 투입돼, 구치소에서 만나 깜짝 놀랐다는 김봉현 진술이 감찰 결과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김 전 회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전관의 힘'은 상상을 뛰어넘는 셈이다. 수사팀을 이끄는 검사를 소개해줄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수사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도 있으며, 전혀 엉뚱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도, 죄를 덮어줄 수도 있다.

지난 23일 임명된 이정수 남부지검장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연루 의혹을 받는 사람은 서울 남부지검과 중앙지검의 현직 검사 2명과 당시 수원지검장이었던 윤대진 검사장 등이다. 이 밖에 검찰 수사관 3명도 수사대상이다. 대부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 전관 말고도··· 옵티머스의 정·관계 전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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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펀드사기를 저지른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정·관계 전·현직 인사들에게 대대적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에 앞서 옵티머스를 운영했던 이혁진씨는 "사기꾼이 모피아(재무부 공무원과 마피아의 합성어)와 법비를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이라고 옵티머스를 정의하기도 했다.

이를 입증하듯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3일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는 김 대표에게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관계자 등 금융계 인사들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검찰은 윤 전 국장이 옵티머스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를 옵티머스에 소개해준 것이 윤 전 국장이라는 것.

옵티머스에 관련된 금감원 출신 전관 인사는 윤 전 국장 외에도 더 있다. 김 대표는 올 상반기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기 전 금감원 퇴직 간부를 만나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초반 김 대표에게서 "사태가 터지기 전 금감원 퇴직 공무원 C씨를 만나 금감원 조사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남부지검에서 수사를 총지휘했던 송삼현 전 남부지검장이 최근 옵티머스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화장품 회사 ‘스킨앤스킨’ 이모 회장의 변호인으로 일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그가 남부지검장으로 있던 시절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의혹이 있어, 옵티머스 관련 사건 변호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옵티머스 연루 의혹··· 금융권력 핵심 '모피아'

옵티머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을 고문단으로 두기도 했다. 이들이 불법행위를 했는지는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권 로비 의혹과 관련, 옵티머스 고문을 맡은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이 전 부총리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는 ‘모피아'의 존재도 떠올리게 된다.

검찰이 확보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는 옵티머스가 2017년 말 최소 영업자본액 미달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 시정조치를 받을 위기에 처했을 때 양 전 행장이 중개 역할을 했다고 적혀 있다. 해당 조치는 유예됐다.

이 전 부총리도 옵티머스가 추진한 여러 투자사업을 제안하는 등 펀드 운용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는 양 전 행장과 이 전 부총리가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함께 경기고 동문이라는 사실이 언급되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옵티머스가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던 2017~2018년 금감원장을 지냈다.

국감장에선 양 전 행장이 2017년 11월 사무실 비서에게 "다음 주 금감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해 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달라더라"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유착 의혹을 부추겼다.옵티머스, 무자본M&A를 위한 전관

옵티머스와 관련해 청와대 출신 전관이 무자본 M&A를 진행한 의혹도 있다. 김 대표의 부인 윤모씨와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은 '셉틸리언'이라는 회사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했다. 셉틸리언은 자회사 화성산업을 뒀고, 화성산업은 지난해 2월 상장사 해덕파워웨이 지분 15.89%를 매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가 페이퍼 컴퍼니인 셉틸리언을 통해 자기 돈 없이 빌린 자금으로만 상장사를 인수하는 '무자본 M&A' 수법으로 해덕파워웨이 경영권을 가져왔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 전 행정관은 구속기소된 옵티머스 사내이사 윤석호 변호사(43) 부인으로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윤 변호사도 화성산업의 감사로 일했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 23일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한 국정감사에 건강상 이유 등으로 불참했다.

금감원 출신 인사는 또 등장한다. 금감원 출신 변모씨는 지난 5월 옵티머스의 부실을 검사하는 금융감독원 국장과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변씨도 해덕파워웨이의 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변씨는 대형 법무법인의 전문위원으로 옵티머스와 자문계약을 맺기도 했다.

해덕파워웨이는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선박 부품 제작·판매업체였다. 2018년 옵티머스 사모펀드에 회삿돈 370억9000여만원을 투자했다. 당시 투자금은 현재 구속기소된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가 대표를 맡은 대부디케이에이엠씨·트러스트올 등을 거쳐 셉틸리언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관을 영입하는 것이 기업이 제재 받을 확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기영·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2019년 1월 15일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보면, 금감원 출신 임원이 있는 민간 금융회사가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회사와 비교해 약 16.4% 낮았다. 이런 효과는 임원 취임 이후 3개월까지만 유지돼 단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영·황순주 연구위원은 “금융회사가 부실자산 비율을 1% 포인트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면 제재를 받을 확률이 약 2.3% 감소한다”며 “이는 금감원 출신 인사가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에 발생하는 제재 감소효과의 7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관을 고용하는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전관예우 근절위한 노력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방안은 사회 각층에서 다양하게 논의 중이다. 법무부는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방안'을 마련해 지난 3월 25일 발표했다. 사건 수임·변론부터 검찰 수사, 사후 징계까지 단계별 방안이 담겼다.

법무부는 검찰·법원 고위직으로 일하다가 퇴직한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을 최장 3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선임계 없이 피의자를 돕는 이른바 '몰래변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전화변론과 결재 권한이 있는 고위직을 상대로 한 변론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나오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퇴직 판·검사들과 현직들 사이의 전관예우를 사전에 방지하고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변호사법·검찰청법·법원조직법·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관예우 방지법'으로 명명한 법안은 일정한 직위 이상의 보직에서 퇴직한 판·검사의 변호사 등록을 제한하고, 형사소추나 징계처분이 있으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등록 심사를 유예하도록 했다. 또 판·검사 임용 시에는 변호사 등록 취소를 의무화하고, 임무 수행 기간에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게 했다.

아울러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사건 처리를 지연시키는 경우 '사건처리지연죄'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사실관계를 조작하고 이에 근거해 부당한 유죄판결을 내리거나 부실기소, 불기소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를 신설했다. 전관 변호사가 판·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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