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25일 오후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전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후 6년간의 투병끝에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
[파이낸셜뉴스]삼성그룹이 본격적인 ‘3세 경영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10조원대 상속세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야 한다. 오너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배력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지배구조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연부연납·배당 확대만으론 재원 마련 어려워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로, 지난 23일 기준 약 18조2400억원에 이른다. 상속세율 60%를 적용한 현행 상속세법령에 따라 이 회장의 유족이 내야할 상속세는 현재 기준 약 10조9000억원이다.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5년간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순 있지만, 오너가가 보유한 현금과 배당 확대 정책만으로 매년 1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데, 문제는 그룹 지배력 약화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증여 방안 고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오너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IT계열사로 이어진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계열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공식적인 삼성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17.3%)로 있는데다,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해 있어 그룹 내 중요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 보유지분이 낮아지는 방식의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이번 상속의 핵심인 삼성전자(주식가치 약 15조원)에 대한 지배력을 지키면서 오너가의 세 부담이 적은 방안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증여받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게 증여해 9조원 규모의 상속세를 회사가 내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고, 자산수증이익(증여이익)도 삼성물산이 법인세 형식으로 냄으로써 부담을 덜게 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현재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가운데 세 부담과 오너 3세간의 상속 형평성 이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 등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할 수도
이 부회장 등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거나 일부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지분 매각 부담이 덜한 계열사는 삼성SDS다. 삼성SDS는 이 부회장이 9.2%(약 1조2300억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있는데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우려 요인이 있어왔다.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그룹 내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행사 가능한 의결권을 훌쩍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삼성전자의 최대주주(8.5%)인 삼성생명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11조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는 총 발행주식의 15%까지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내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은 총 20.9%로, 5.9%의 지분율에 대해서는 어차피 의결권이 제한된 상황인 만큼 현금화를 염두에 둘 수 있다는 취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받은 삼성전자 일부 지분에 대한 매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경우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을 다 매각하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 분리 수준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업법 개정안, 지배구조 개편 변수로
지배구조 개편에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이 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내로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5.5% 가량을 처분해야하기 때문에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특수관계자의 삼성전자 지분매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실제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며 “보험업법 개정 시 특수관계자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삼성전자 및 주요 관계사의 지분 매각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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