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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BTS 캐릭터부터 드라마까지…콘텐츠 무한확장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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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기반 파생 콘텐츠 활발…팬들 반발 사례도 등장

연합뉴스

방탄소년단 캐릭터 '타이니탄'
[빅히트 아이피(Big Hit IP)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보람 기자 = 방탄소년단(BTS) 콘텐츠의 세계는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나오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음악과 퍼포먼스에다 자체 제작 예능·다큐멘터리 등 멤버들이 직접 참여한 콘텐츠부터 방대한데, 캐릭터·게임·소설·웹툰 등 2차 콘텐츠로도 무한 재생산돼 '출구 없는 덕질'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사례는 아이돌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활짝 열어 보였다. 이들처럼 거대한 팬덤을 보유한 가수는 각종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소비를 유발할 수 있는 '메가 IP(지식재산)'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 확장 전략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방탄소년단 세계관을 드라마화하는 시도에 팬들이 반발하는 등 역효과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광고도 찍는 BTS 캐릭터…'간접 참여형' 매출 확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의장은 지난해 8월 회사 설명회에서 게임 시장에 못 미치는 음악 산업 규모를 언급하며 "음악 산업이 그 가치와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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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대표, 빅히트 회사 설명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발언이 보여주듯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 IP를 MD(팬 상품)·책·영화·게임 등 다른 콘텐츠로 전방위 확대하는 전략을 써 왔다.

빅히트 매출에서 음원 발매나 공연처럼 가수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IP 등 기반의 '간접 참여형' 사업 비중은 2018년 31.2%에서 올해 상반기 47.8%로 늘어났다.

최근 특히 주목받은 모델은 캐릭터화다. 빅히트는 지난 8월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의 모습을 본뜬 캐릭터 '타이니탄'(TinyTAN)을 선보였다.

타이니탄은 실제 멤버들을 캐릭터화한 일종의 '미니미' 버전이어서 팬시 상품 소재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깜찍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섬유유연제 광고 모델로도 발탁됐다.

가상현실 속 아바타로도 눈을 돌렸다. 빅히트는 최근 증강현실(AR) 아바타 앱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에 70억원을 투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팬들과 대면으로 하기 어려운 활동도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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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가 출간하는 방탄소년단 책 '화양연화 더 노트'
[빅히트숍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BTS 음악·뮤비 속 또다른 세계 'BTS 유니버스'

콘텐츠 확장의 또 다른 축은 이른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이다.

세계관은 아이돌 음악과 영상 등을 관통하는 가상의 이야기로, 방탄소년단 콘텐츠 역시 'BTS 유니버스'(BTS Universe·BU)라는 세계관으로 치밀하게 연결돼 있다.

BU에는 일곱 멤버의 본명을 딴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저마다 불행한 현실에 고통받는 청춘으로 그려지며 진(석진)이 이들을 파국에서 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반복하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다.

빅히트는 이들의 스토리라인을 친절하게 들려주지 않고 뮤직비디오와 쇼트 필름 등에 파편화된 장면으로 흩어 놓는다. 그뿐만 아니라 웹툰, 소설 '화양연화 더 노트',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 2차 콘텐츠를 제작하고 여기에도 실마리를 심어둔다.

복잡한 이야기의 전모를 알려면 이를 모두 찾아봐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콘텐츠 소비 확대로 이어진다. 팬덤 '아미'는 '집단지성'을 발휘해 이야기의 빈틈을 함께 상상하고 채워가며 유대감을 쌓는다.

방황하던 청춘이 자신에 대한 사랑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는 서사는 '화양연화', '러브 유어셀프', '맵 오브 더 솔' 등 방탄소년단 음반 연작에 담긴 메시지와 연결되며 음악적 맥락을 풍성하게 한다.

이런 점 때문에 BU는 방탄소년단 팬덤의 몰입도를 높인 요소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최근에는 팬들이 다양한 콘셉트의 스토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BTS 유니버스 스토리' 게임까지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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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유니버스 스토리'
[넷마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탄 월드' 훼손한다면"…드라마화 반발하는 팬들

그러나 콘텐츠의 '무한 확장'이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아미들이 BU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유스'(YOUTH)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 한 사례다.

'유스'는 방탄소년단 멤버가 아닌 배우들이 BU 설정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연기하는 드라마다. 지난 19일 서지훈, 노종현, 안지호, 서영주, 김윤우, 정우진, 전진서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다.

특히 화재 사고, 기면증, 트라우마, 가정폭력, 우발적 살인 등 강한 극적 설정을 지닌 BU 캐릭터들을 극화하는 데 멤버들의 실명을 쓴다는 점이 반발 도화선이 됐다.

팬들은 멤버 실명을 사용한다면 대중이 현실과 픽션을 혼동해 실제 멤버들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탄소년단이 연기해온 기존 BU 캐릭터에도 멤버들 실명은 사용됐지만 어디까지나 팬덤 안에서 소비됐기 때문에 범 대중에게 노출되는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가 '방탄 월드'에 도움이 된다면 기대하겠지만 이를 훼손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 평론가는 "세계관에는 팬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공유지' 속성과 수익성·사업성이라는 두 가지 성격이 겹쳐 있다"며 "그것이 부조화를 이룰 때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이후 저마다 세계관을 내세우는 것이 K팝 그룹들의 트렌드가 됐지만 이슈 메이킹 용도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돌 웹진 '아이돌로지' 미묘 편집장은 "세계관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일종의 마케팅처럼 되고 있지만 세계관이라는 말 자체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며 "실제로 잘 활용하고 있는 팀은 드물고, 상당히 제한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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