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이씨의 추도 집회가 열렸다. 경복궁역 앞 8차선 도로 중 1차선에 스크린을 실은 봉고차 한대를 놔두고, 경찰 통제하에 100여미터 안전띠를 주변에 둘러쳤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와 추운 날씨로 인해 취재진 30여명을 제외하고 추도식을 찾은 일반 시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형 이래진씨는 추도사에서 해양경찰청의 최종 ‘월북’ 판단을 비판했다. 이씨는 “부디 군과 해경은 기본만 지켰어도 알 수 있는 거짓보다 진실을 말씀해주시길 바란다”며 “만약 정보가 부족하고 변수가 많아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면 가족과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해주신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며 “고맙다 사랑한다 나의 동생아 이제는 불러보고 싶어도 메아리로 돌아오겠지만 부디 안녕히 잘가라”고 말했다.
해경은 지난 22일 “이씨가 지난해 6월부터 1년 3개월간 도박사이트 계좌로 591차례 송금했다. 도박은 마지막 당직근무 직전까지 계속됐다”며 “(이씨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오토 웜비어씨 부모가 보낸 편지도 낭독됐다.
집회 주최 측이 대독한 편지에서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는 “우리는 김정은 정권 거짓말과 무자비한 폭력 희생자이며 그 거악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가족과 정말 많은 방법으로 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이래진씨와 적극 연대해 이 사태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이래진씨는 이날 공무원 이씨의 아들이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아들은 편지에서 “아빠! 오늘은 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너지네요. 이 나라가 원망스럽고 분노가 차오릅니다”라며 “대통령 할아버지가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썼다.
이어 아들은 “우리 언젠가 다시 꼭 만나요. 다시 만나는 그날 잘했다고 힘껏 안아주세요. 다음생이 있다면 그때도 다시 아빠 아들 할게요”라며 편지를 마쳤다.
[원우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