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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눈물 흘리며 둥지 떠난 '황금 독수리' 김태균…"한화 선수여서 행복했다"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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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태균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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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김질주, 김똑딱, 김뒤뚱, 김저렴, 한화의 자존심 등 '별명왕' 김태균이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난다.

한화 이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은 은퇴를 선언, 22일 오후 3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홍보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민철 단장과 최원호 감독대행, 주장 이용규의 꽃다발 전달식을 시작으로 개최했다. 은퇴 소감을 밝히기 위해 준비된 의자에 앉은 김태균은 감정이 북받친 듯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장내에는 많은 취재진들로 가득한 가운데 카메라 셔터 소리만 가득했다.

눈물을 닦으며 감정을 추스린 김태균은 "죄송하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사실 혼자 마음의 준비를 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담담했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도 없고 아무렇지 않아서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많은 불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현실로 다가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큰 관심을 받을 자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북받쳤다"고 울먹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제 이글스 유니폼을 벗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찹하다. 충정도 천안 출신이라 항상 한화 야구를 보면서 운동을 해왔다. 한화 선수여서 너무 행복했다. 한화는 저의 자존심이고 자부심이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뛴 것은 저에게 큰 영광이었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김태균은 2010-2011시즌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뛴 기간을 빼고 줄곧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통산 2009경기에 출전해 2209안타로 역대 최다안타 3위, 3557루타로 역대 최다루타 4위, 통산 출루율 0.421로 역대 2위, 통산 타율 0.320으로 역대 5위, 홈런 311개로 역대 공동 11위 등 다양한 족적을 남겼다.

개인 기록은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2006년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2008시즌부터 한화가 긴 암흑기에 빠지며 만년 하위 팀의 4번 타자로 뛰어야 했다. 김태균 본인 역시도 우승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후배들에게 뒷일을 부탁했다.

김태균은 "팬들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남은 인생에서도 평생 한으로 남을 것 같다"며 "우리 팀에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이 있다. 우리 팀도 강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후배들이 나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며 "제가 이루지 못한 우승이라는 꿈을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 은퇴를 결심했다"고 당부했다.

별명이 많기로 유명한 김태균은 그중에서도 '한화의 자존심'이라는 별명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별명이) 너무 많다. 야속하다기 보다는 돌이켜 보면 팬들이 많은 별명을 주셔서 재밌었다. 좋지 않은 별명도 많았지만, 그런 것도 다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저 역시도 웃은 적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별명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그렇다"면서 "어린 시절에는 김질주가 나와 이미지가 다른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덩치도 크고 느릿한 이미지가 있어서 김질주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팀에 중심이 돼서는 한화의 자존심이라는 별명이 맘에 들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김태균은 "저의 강점인 김별명이 있으니까 팬들이 어떻게든 기억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전에는 못 느꼈는데 팬들에게 잊혀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어떻게라도 기억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단과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환원하고 싶다는 김태균의 의사를 반영해 다음 시즌부터는 팀 내 주요 전력 관련 회의와 해외 훈련 등에 참가하는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역할을 담당한다.

단장 보좌 업무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김태균은 "한화가 좋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공부를 하겠다. 구단에서 무언가 추진하고 바꾸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태균은 "저는 30-40점 밖에 되지 않는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점수를 매길 수 없다. 그런데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팀의 주축 선수로서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지 못해 많은 점수를 줄 수 없다"며 "지난 20년 동안 저를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시고 또 좋은 지도를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최원호 감독대행은 "김태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이자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였다"며 "은퇴 후 한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큰 계획을 세워 KBO 리그에서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맷 윌리엄스 감독도 "김태균 본인으로서도 많은 옵션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방향으로 가던지 그런 것들을 후배들에게 전수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이 됐으면 한다. 특히 김태균 같은 유형의 선수는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한화는 올 시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제한적 관중 입장이 진행 중인 관계로 김태균의 은퇴식은 내년 시즌에 진행하기로 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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