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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상징 김태균의 은퇴, 장종훈에게 있고 김태균에게 없던 것은[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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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화를 대표하는 타자 김태균(38)이 21일 전격 은퇴를 발표했다.

한화는 21일 김태균의 은퇴를 발표하며 김태균이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활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에 없던 직책에 대해 한화는 팀의 전력관련 주요 회의에 참석하고 단장 보좌역할을 하는 자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화 한 팀에서 18시즌 동안 역사에 남을 활약을 펼친 김태균에게 구단도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 특별하게 예우하기로 한 것. 김태균이 이달 초 은퇴 의사를 밝혔지만 공식 발표까지 보름 이상이 걸린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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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현역 은퇴를 발표한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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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로 불릴 만한 선수가 즐비했던 한화에서 김태균의 활약은 선배들 못지않다. 2001년 한화 1차 지명으로 KBO리그에 데뷔한 김태균은 데뷔 첫해 20홈런을 치며 신인왕에 올랐다. 당시 붙박이 4번, 1루수인 장종훈이 건재해 시즌 초반 출전 기록이 없던 김태균은 장종훈이 부상을 당해 낙오된 시즌 후반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시즌 초부터 꾸준하게 활약한 삼성의 대졸신인 박한이(은퇴)가 있어 출전경기(88경기)가 적은 김태균의 신인왕 수상여부를 두고 논란이 따랐지만 10월 2일 KIA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치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고졸신인 20홈런은 1994시즌 김재현에 이은 KBO리그 통산 2호 기록이었다. 이후 정교한 타격과 선구안, 장타력을 앞세워 한화와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고 공격 대부분 지표에서 역대 열손가락에 드는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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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의 역대 기록과 KBO리그 통산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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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상 아쉬울 게 없는 김태균이지만 기록 외적으로 아쉬운 점은 많다. 18시즌 동안 한화 한 팀에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한 번 없었다. 2010~2011시즌 일본프로야구(NPB) 무대에 진출해 2010시즌 지바롯데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일조한 게 리그 우승 경험의 전부다. 류현진(33·토론토)의 데뷔시즌인 2006년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김태균은 6경기 타율 0.231에 그쳐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2008시즌부터 한화가 긴 암흑기에 빠지며 약체 팀의 독보적인 4번 타자였던 김태균은 상대팀의 집중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KBO리그 통산 2위인 김태균의 볼넷(1141개) 기록은 김태균의 탁월한 선구안 덕도 있지만 김태균만 ‘거르면’ 상대하기 수월한 한화의 빈약한 타선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이 우승 경험이 없어 “스탯관리만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수생활 말년은 쓸쓸했다. 많은 선수들이 ‘포스트 김태균’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이에 필적할 만한 모습을 보인 선수가 없었다. 김태균에 앞서 한화의 전설로 불린 장종훈이 2001년 김태균 데뷔한 후 백업으로 김태균의 성장을 바라보며 5시즌 동안 치열하게 은퇴를 ‘준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자극제가 없었던 김태균이 마지막으로 3할(0.305)을 치던 2019시즌에도 김태균은 팀의 유일한 3할 타자이자 중심이자 미래(?)여야 했다.

한국과 미국야구를 경험한 한 선수는 “소위 ‘반열’에 오른 선수들이 은퇴를 결정할 시기는 자신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새 얼굴이 등장했을 때다. 그 전까지는 ‘강제은퇴’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 입으로 먼저 은퇴 얘기를 꺼내지 않을 거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올 시즌 부진했기에 김태균이 자존심 회복을 위해 2021시즌에도 현역생활을 할 거라는 전망도 많았지만 항상 팀을 먼저 생각했다던 김태균은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좋은 후배들이 성장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며 후배들에게 길을 활짝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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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시즌 데뷔해 2년 차 만에 두 자리 수 홈런 타자로 이름을 올린 한화 유망주 노시환.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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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화에 남은 숱한 유망주들에게 김태균 홀로 짊어져온 무게가 지워졌다. 10개 구단 중 10홈런 타자조차 없을 뻔했던 한화에서 올 시즌 데뷔 2년차에 접어든 노시환(20)이 12홈런으로 불명예를 지우는 등 희망을 보이고는 있다.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한화와 끈을 놓지 않기로 한 김태균이 현역 말년 때의 장종훈처럼 한화 구단 울타리 안에서 ‘여한 없는’ 미소를 지을 날이 빨리 오길 고대한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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