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토론회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안 비판 이어져
"'진지한 반성' 등 형 감경요소서 배제해야"
"디지털 성범죄 특수성 고려한 양형 필요"
(사진=한국여성단체연합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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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금까지 한국의 사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법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현실에 맞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텔레그램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불거진 후 양형기준을 본격 논의했다. 양형위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상습 제작했거나 제작 범죄를 두 건 이상 저지른 경우 최소 10년 6개월에서 최대 29년 3개월의 징역형 선고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지난달 15일 발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양형기준안이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수용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가해자 중심 양형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의견을 냈다.
유승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양형기준안에 ‘진지한 반성’이 형 감경요소로 반영된 데 대해 “성범죄 피고인들은 오로지 형량을 낮출 목적으로 반성문을 대필하거나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자료로 사회봉사 기록을 제출하고 있다”며 “실제로 형식적인 ‘진지한 반성’이 인정되면 감경요소로 형을 낮출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백소윤 민변 여성인권위 변호사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과정에서 이미 2차 피해를 겪었다”면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의 피해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진지한 반성으로) 감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 변호사는 또 “피해자와의 합의나 반성 등 주관적인 요소가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실제 연결성이 있는지 양형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기술적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판결이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형사 처벌 전력 없음’을 감경요소로 삼는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백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는 신고율이 저조하고 특유의 익명성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며 “(성착취물) 유포로 겪은 무차별 피해를 감안한다면 ‘형사 처벌 전력 없음’ 같은 사유는 감경요소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형 감경요소인 ‘소극가담’도 어느 범위까지 소극가담으로 볼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유승희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수많은 관전자들이 자신들의 성욕 만족을 위해 범죄에 가담했는데 이것을 소극가담으로 봐야할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14일 기준안을 의결하고 오는 21일까지 유관기관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는다. 이후 11월 공청회를 연 뒤, 12월 7일 전체회의를 통해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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