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간지에 기본소득 광고한 李, 비용낭비 지적에 “국감거부 고민”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내년부터는 국정감사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과했다면 용서해달라”고 사과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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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회의 경기도 업무추진비 자료 제출 요구 등을 문제 삼으며 “국회 국정감사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자신이 추진하는 ‘기본소득’ 홍보 광고를 실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야당 지적에는 “예산을 적절하게 잘 썼다”고 대응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판결 이후 이 지사가 차기 대선을 위해 본격 움직임에 나섰다는 분석과 함께 정치적 활동과 경기도 행정 업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의 경기도청 국감 전날인 18일 밤 페이스북에 “내년부터는 너무너무 힘들어하는 우리 공무원들 보호도 할 겸 자치 사무에 대한 국정감사(자료 요구·질의응답)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썼다. 이 지사는 “지방정부에 대한 행정 사무감사는 지방의회가 하는데, (국회가) 권한도 없이 자치 사무, 심지어 소속 시·군·구 단체장의 업무추진비까지 감사 자료로 요구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시할머니가 며느리 부엌살림 간섭도 모자라 며느리에게 손자며느리 부엌 조사까지 요구하는 격”이라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에선 경기도 국감을 앞두고 “산하 기초단체장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업무를 핑계로 수시로 대규모 회식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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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 행안위의 경기도청 국감에선 이날 자로 발행된 타임지 미국판에 경기도가 1억원짜리 기본소득 광고를 실은 것도 논란이 됐다. 이 광고에는 이 지사가 지난달 열린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한 사진 등이 담겼다. 지자체가 관광 유치를 위해 해외 매체에 광고를 싣는 사례는 있지만 특정 정책 홍보 광고는 이례적이다. 기본소득은 이 지사가 차기 대선을 겨냥해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운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예산은 오직 도민 여러분을 위해 쓰겠다고 한 말이 있지 않으냐”며 “미국 사람도 경기도민이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광고에 1억900만원이 들었다는 이 지사 설명에 “이 정도는 아깝지 않다는 것이냐”고도 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대한민국 대표 주요 정책이고, 전 세계인을 상대로 박람회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전 세계를 상대로 홍보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이 지사가 토지보유세를 올리거나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기본소득 자원을 마련하자고 했는데, (베네수엘라의 전 대통령) 차베스도 토지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 자산이라며 몰수하다시피 했다”며 “토지를 바라보는 이 지사와 차베스의 관점이 비슷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자신을 포퓰리스트로 규정하지 말라면서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감소한 재정 수입과 미국의 경제 제재 등 때문에 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 지사의 임기가 시작된 2018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경기도 홍보비가 총 256억원으로, 남경필 전 경기지사 시절인 2016~2017년 홍보비(142억원)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지사는 “2018년 홍보비를 편성한 건 남 전 지사고, 제 임기 때는 소액 증액했을 뿐”이라고 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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