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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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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라임 김봉현 '검사 술접대·야당 로비' 폭로…철저히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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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여권뿐 아니라 검사와 야당 인사들에게도 로비했다고 폭로하고 나서 라임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 씨는 이런 주장을 담은 5쪽짜리 옥중 입장문을 언론사에 보내 세상에 알렸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천만원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재판정에서 주장했던 폭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에게 돈을 줬고, 현직 검사 3명에게 술 접대를 했으며, 이런 로비 사실을 검찰수사에서 모두 진술했는데 검찰은 유독 여권 인사들만 겨냥해 짜맞추기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규정되어 가던 사건의 성격이 여·야·검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 로비 사건으로 탈바꿈하는 게임체인저 성격의 폭로다. '향응 검사'까지 등장한 마당이니 검찰이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수사에 임해야 할 강력하고 비껴갈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보태졌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감찰 지시를 한 데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 비위 의혹에 대한 신속 수사를 지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물론 라임의 전주 혹은 몸통으로 지목돼온 김 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현 단계에선 어느 것 하나 확인된 게 없는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일뿐이다.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의 기세를 누르고 수사 전선을 자신의 장단에 춤추게 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다. 하지만 옥중 입장문의 내용은 지어냈다고 보기에는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검사 3명을 접대한 시간과 장소를 지난해 7월 청담동으로 적시했으며, 비용을 1천만원 상당이라고 적었다. 회식 당시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는 소개를 받았는데 실제로 1명이 수사팀에 합류했다는 주장도 했다. 또 술자리를 주선한 전관 변호사가 강기정 전 수석 정도는 잡아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전언도 입장문에 담았다. 검찰이 라임수사의 큰 그림을 미리 그리고 여기에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는 얘기다. 김 전 회장은 짜맞추기 수사의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검사가 진술 내용의 대부분을 작성해 책임자에게 인터넷으로 공유하면 수사 책임자가 내용을 수정한 뒤 김 씨 자신에게 인정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그간 검찰의 적폐로 꼽혔던 낡은 수사방식이 아직도 답습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옥중에 있는 일개 피고인의 폭로가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결코 건강한 현상이 아니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고 굳건한 정의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 김 씨의 주장은 씨가 안 먹히는 것이 외려 정상일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는 묵언의 공감대가 거짓 주장이나 허세에 맞서 항체처럼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번 폭로는 우리 검찰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 같은 기시감을 준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되어 왔지만, 검찰은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얻는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불편한 현실이다. 정치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기성의 검찰조직이 아닌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게 검찰 불신의 단적인 예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지닌 만큼 공직윤리를 지키는 데 있어 스스로 엄격해야 한다. 브로커들의 로비에 포획되는 것은 사리를 좇는 일로, 그 자리가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복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일이다. 여야는 상대의 허물 캐기에 몰두하기보다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금융사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한 방법을 강구하는 게 도리다. 혹여 자기 진영에서 비리에 연루된 인사가 있다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자체 압박을 가해야 맞는다. 감싸고 물타고, 전가하는 일로 라임 사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여야 합의로 특별검사를 도입해 객관적이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가려내기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한 가지 유력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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