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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돈 좇아 해외주식 투자하는 한국개미들…안사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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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행동재무학]<326>대규모 해외주식 투자는 국익에 도움이 안돼…한국 증시·기업을 키워야

머니투데이

최근 한 출판사 편집주간을 만나 행동재무학 책 출판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다가 올해 증시의 최대 화제인 동학개미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됐습니다. 올해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당당히 맞서 증시를 상승으로 이끈 현상은 앞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게 분명합니다.

개인투자자는 올들어 15일까지 국내 주식·ETF시장에서 총 누적 63조9732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8조9452억원, -24조1390억원 순매도했고요.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도에도 개인의 대규모 매수에 힘입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올들어 15일까지 각각 7.4%, 26.1% 상승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다 대화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열기가 국내 투자 못지않게 뜨겁다는 데로 이어졌습니다. 해외주식 직구족이라는 신조어도 더이상 생소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올들어 1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ETF 누적 순매수 규모는 148억6933만 달러(17조1481억원)에 달합니다. 올해 국내 주식·ETF시장에서 개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약 64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국내 자금이 올해 해외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출판사 편집주간과의 대화에서 해외주식 투자 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부정적인 견해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출판사 편집주간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왜 그런지 되물었습니다.

“애플·아마존은 한국기업도 아닌데 왜 투자하나요?”

필자가 해외주식 투자 붐에 부정적인 이유는 해외 증시와 외국기업에 투자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기업을 다시 되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도 쓰는 마당에 대규모 국내 자금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올해 17조원이 넘는 국내 자금이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의 두 배, 세 배의 해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도록 하는 게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겠죠.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기업인 애플, 아마존, 테슬라의 한국개미가 될 게 아니라 해외의 수많은 투자자들이 한국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 셀트리온의 외국인개미가 되도록 만드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해외주식 투자 붐이 일어난 데는 근본적으로 높은 수익률 때문입니다. 국내 증시가 수년째 박스권에 헤어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열등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미국 증시는 수년간 활황을 이어가며 주가가 2~3배씩 껑충 뛰어오른 주식들이 많고요. 만약 국내 증시가 활황을 기록했다면 지금과 같은 해외주식 투자 붐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국내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가 국내 투자자들을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도록 하는 데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매일 아침 해외 증시 마감 뉴스를 시작으로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외국기업 관련 뉴스가 온종일 방송과 신문, SNS를 장식하면서 사람들은 외국기업의 정보나 동향을 어렵지 않게 입수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와 기업의 동향은 잘 몰라도 해외 증시와 외국기업의 소식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떨 땐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만약 국내 언론이 해외 증시와 외국기업 보도를 덜 했더라면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지금과 같이 뜨겁지 않았을 겁니다.

국내 증권사의 활발한 영업전략도 해외주식 투자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국내 증시의 열악한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걸 파악한 증권사들은 서로 앞다퉈 이들을 해외주식 투자로 유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증권사의 홈트레이딩 시스템은 일반 개인투자자가 쉽고 편리하게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개선됐습니다.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일 수 있겠죠.

요즘은 국내 증권사가 자사 애널리스트를 동원해 해외주식 투자 설명회도 개최하고,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리포트 작성을 넘어 해외주식 종목 추천까지 매우 활발히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국내 증권사 홈트레이딩 시스템에서 쉽고 편리하게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없었다면 또 국내 증권사가 해외주식 투자 영업을 활발하게 펼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규모의 해외주식 투자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높은 수익률을 쫓는 국내 투자자를 비난할 수 없습니다. 높은 수익률이 국내 증시에서 실현되지 않는 게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들에 만연한 오너 중심의 열등한 기업지배구조,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기업의사결정 등 국내 기업의 후진적인 경영은 물론 불공평한 공매도제도, 불합리한 자본이득 과세 제도 등 개선해야 할 증시제도가 국내 투자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기존 대기업은 성장이 정체돼 있는 반면 셀트리온, 카카오, 씨젠과 같은 신생 성장기업이 많이 탄생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것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겠죠.

국내 언론도 해외 증시와 외국기업에 대한 경쟁적인 보도를 자제해야 합니다. 광고 수입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 보도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외국의 어느 언론이 매일매일 한국 증시와 기업의 뉴스를 시시콜콜하게 보도하나요?

국내 증권사도 해외주식 투자 권유를 줄여야 합니다. 국내 애널리스트가 애플이나 아마존 등 외국기업을 탐방하는 건 고사하고 관련 자료를 제대로 요청하고 받을 수나 있는지 의문입니다. 컨펀런스콜에 참여는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시간에 우수한 국내 기업을 더 많이 발굴해서 좋은 투자리포트를 만들려고 애써야 합니다. 기업 눈치 보는 ‘매수’로 일관된 리포트는 국내 투자자들을 계속 등 돌리게 할 뿐입니다.

최근 수년간 투자수익률만 따져보면 해외주식 투자가 월등히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 것은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해외주식에 투자 안 한 사람이 오히려 바보가 된 꼴이 됩니다.

하지만 외국의 어느 나라도 자기 나라 주식보다 해외주식에 더 많이 투자하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누구나 해외주식 거래를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나라도 많지 않고요. 외국에서 삼성전자 휴대폰과 현대차가 잘 팔려도 외국에서 직접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식을 거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필자는 많은 우량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돼 전 세계의 수많은 투자자들이 그 주식을 사려고 국내 증시로 자금을 투입하고 또 국내 기업에도 투자하는 증시강국 코리아를 꿈꿉니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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