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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SCM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 빠진 공동성명 발표…공동 기자회견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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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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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오늘쪽에서 두번째)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오른쪽) 등 한미 국방 당국자들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미 국방부 건물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진행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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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지난해와 달리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빠졌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올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워싱턴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SCM을 진행한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미국 측의 요구로 취소됐다.

양국이 SCM 개최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은 “양 장관은 주한미군이 지난 67년 이상 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음을 강조하였으며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의 무력분쟁 방지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지속 수행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또한 “에스퍼 장관은 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연합방위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에 관한 언급은 지난해 열렸던 51차 SCM 공동성명 내용과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SCM 공동성명은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발혔다. 올해 공동성명에서는 에스퍼 장관이 지난해 언급했던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라는 표현이 빠진 것이다.

이에 관해 국방부 관계자는 “특별한 전력이나 병력 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병력 숫자에 집착하기 보다는 방위공약 차원의 문제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SCM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줄이겠다는 것은 논의 의제도 아니었고 전혀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 측은 공동성명 문구 협의 과정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가 포함되기를 원했지만 미국 측에서 ‘대한미군 연합방위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공약’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으로 갈음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지난해 말 종료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를 대체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폭적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협상이 장기간 교착된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군 카드를 사용하라고 미국 측 고위 당국자들을 압박해온 것으로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등을 통해서 알려졌다.

공동성명은 “에스퍼 장관이 SMA이 조속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협정 공백이 동맹의 준비태세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SCM 모두발언에서도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는 공동의 방어를 위한 비용을 조금 더 공평한 방법으로 분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부담이 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다른 동맹뿐 아니라 한국도 집단 안보를 위해 조금 더 공헌해야 한다고 요청한다”면서 “우리는 한반도에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SMA 합의에 이를 필요성에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이 모두발언에서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이어 SCM 공동선언에서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가 빠진 것은 두 사안이 서로 연계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한·미는 이번 SCM의 주요 의제였던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드러냈다. 에스퍼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새로운 위협들의 등장’을 언급하면서 “이런 맥락에서 다수의 중요한 전략적, 작전상의 문제들을 전진시키는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으로의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하는 과정은 우리의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간의 노력을 함께 평가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논의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하여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공동성명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관련 진전에 주목하였으며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포함한 미래연합사로의 전작권 전환의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전작권이 미래 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연합군사훈련을 대거 축소했고, 이로 인해 올해 진행키로 했던 FOC검증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상태다.

한·미는 올해 제대로 실시되지 못한 FOC 검증을 향후 언제 진행할 것인지에 관한 시기를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020년에 FOC 검증을 하기로 날짜를 정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진행하지 못해 여러 우려가 있었다”면서 “올해 코로나 상황 때문에 특정한 날에 해소하지 못했으므로 이번에는 날짜를 정하지 않고 긴밀히 협력해 향후 전작권 전환에 관한 논의를 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에서 ‘2022년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제시하고 국정과제에서 ‘신속한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양국 국방장관이 SCM 뒤 열기로 했던 공동 기자회견도 회담 직전 돌연 취소됐다. 양 장관은 당초 14일 오후 1시쯤 펜타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에스퍼 장관은 전날 밤 미국 쪽의 사정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취소하자고 양해를 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양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하려던 모두발언을 SCM 회의 시작 때 언론에 공개하는 모두발언 형식으로 대체했다.

에스퍼 장관 측이 공동 기자회견 취소를 요청하면서 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미 대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SCM과 무관한 미국 국내 정치 관련 현안이나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 곤란한 질문이 나올 수 있어서 언론 접촉을 봉쇄하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에스퍼 장관은 지난 8월 이후 미국을 방문한 외국 국방장관과 10여차례 회담을 했지만 한번도 공동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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