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지시에… 靑, “출입기록 줄 수 없다”던 전날 입장 바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진 라임·옵티머스 펀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라고 청와대에 지시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이례적으로 특정 사건명 거론하며 “수사에 성역 없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빠른 의혹 해소를 위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어느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말한 사실을 전하며 “청와대는 검찰이 라임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록 등을 요청하면 검토해서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검찰이 요청했다는 CCTV 영상자료는 존속 기한이 지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입 기록 등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입장 선회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청와대가 검찰에 출입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보도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받고 하신 말씀”이라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에) ‘각호에 해당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공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청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SBS는 검찰이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청와대 출입 기록과 출입 관련 CCTV 영상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지난 7월 청와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8일 법정에서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가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 5000만원을 쇼핑백에 넣어줬다”고 증언했다.
문 대통령의 ‘수사 협조’ 지시로 라임·옵티머스 정관계 수사는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옵티머스자산운용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검사 5명의 추가 파견을 승인했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모습. 연합뉴스 |
◆금융분야 전문 검사들 속속 합류… 15명 ‘매머드’ 수사팀 출범
이날 법무부는 “검사 4명을 파견해달라는 서울중앙지검의 요청 및 대검의 수사팀 대폭 증원 건의에 따라, 금융 회계 분야에서 풍부한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력 검사 5명의 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승인해 옵티머스 펀드 자금 유용 및 정관계 비호 의혹에 관한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 명단에는 금감원 조사국 출신으로 회계사 자격을 지닌 금융·회계 전문검사 1명과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됐거나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4명이 포함됐다. 파견 검사들은 사건 관계자들의 계좌 추적을 비롯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수사 진행 상황과 일선 검찰청의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해 추가 인력 파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5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은 공공기관 발주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며 투자금을 모집한 뒤 부실채권 인수,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일 해당 수사와 관련해 검사 4명을 파견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대검찰청 제공 |
윤석열 검찰총장은 해당 수사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수사팀 대폭 증원을 지시하는 등 이번 사건을 챙기고 있다. 펀드 사기를 넘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진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여권 핵심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요청한 검사 4명 파견 요청을 승인해 법무부에 건의한 데 이어 수사팀 인원 대폭 보강을 최근 추가로 지시했다. 결국 검사 5명 추가 파견이 결정되면서 15명의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졌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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