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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반도체株 누가 셀까 `동학개미의 삼성 vs 서학개미의 퀄컴·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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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새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부문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모양새다. 인기 주식을 중심으로 보면 '박스피'(코스피지수가 일정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횡보하는 것) 대신 우상향하는 뉴욕증시를 찾아나섰던 서학 개미들보다 한국 증시에 뛰어든 동학 개미들의 반도체 주식 상승률이 10%포인트(p) 가량 높다. 경쟁관계인 중화권 반도체 업체 주식도 올해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9월 이후 한국 반도체 부문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중 갈등 여파를 비교적 덜 받는 데다 연말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투자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14일 한국 증시 개장 초반 반도체 기업 주가와 코스피지수는 약한 하락세로 출발했다. 다만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는 이달 8일부로 1주당 6만원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눈에 띈다. 외국인도 연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수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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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증시의 삼성전자(10.33%)·SK하이닉스(-6.86%), DB하이텍(34.05%) 주가는 뉴욕증시의 AMD(73.69%)·퀄컴(44.46%)·엔비디아(137.56%), 중화권 대만 TSMC(49.30%)·중국 SMIC(62.20%)보다 뒤쳐지는 분위기였다. 이는 지난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주가 변화다. TSMC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SMIC는 홍콩증권거래소 시세 기준이다.

다만 지난 달부터 한국증시에선 삼성전자(12.36%)와 SK하이닉스(17.28%), DB하이텍(7.32%)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이달 13일까지를 기준으로 뉴욕증시의 AMD(-7.49%)·퀄컴(4.47%)·엔비디아(3.09%)와 중화권의 대만 TSMC(9.09%)·중국 SMIC(-17.6%)를 누른 셈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중화권 반도체 업계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장비 업체 위주로 돌아간다. 퀄컴같은 미국 업체들은 한국·중화권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에 반도체칩 생산을 맡긴다. AMD는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특화된 기업으로 세부업종도 다르다. 다만 해당 기업 주식은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들의 반도체 부문 투자 인기 주식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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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과 경쟁 전면전을 선언한 `CPU 여신` 리사수 AMD 최고경영자(CEO) [사진제공 = A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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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증시에서 반도체 주식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가 꼽힌다. △ 중국 화웨이·SMIC 를 둘러싼 미국 제재 반사효과 △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 속 '홈 이코노미' 확산에 따른 개인 컴퓨터(PC) 시장 활기 △ 내년 1분기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 움직임에 따른 실적 회복 전망 △ 한국 정부의 'AI(인공지능) 반도체 강국' 산업 정책 기대감이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서 업계는 중국 이동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지난 8월 말 부터 긴급 주문을 넣은 것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올해 3분기(6~9월)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중 갈등 반사효과 덕을 본 셈이다. 기존에 화웨이에 반도체를 납품하던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는 미국 제재를 이유로 지난 5월부터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았고 이어 9월부터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2%, SK하이닉스같은 경우는 11.4% 정도라고 추정된다.

지난 달 말 미국 상무부가 추가로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SMIC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린 것도 한국 반도체 기업 투자 기대감을 키운 계기가 됐다. 상무부는 "미국 내 컴퓨터용 반도체 제조 업체가 중국 SMIC와 자회사에 특정 기술·장비를 수출하려면 사전에 면허를 얻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화웨이의 유일한 반도체 공급 대안처로 떠오른 SMIC마저 위기에 놓인 셈이다. SMIC는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중국 최대·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다. 다만 한국 업체들은 SMIC보다 기술력이 높아서 직접적인 반사 효과를 받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례로 SMIC는 14나노(㎚·1㎚=10억분의 1m) 칩을 생산하지만 삼성전자는 7㎚ 이하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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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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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홈 이코노미'가 확산돼 PC시장이 10년만에 최대 성수기를 맞은 것도 한국 반도체 업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9일 싱가포르 소재 기술 섹터 분석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총 7920만대(추정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7%늘어났다. 최근 10년을 통틀어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PC용 반도체·게임용 콘솔 매출 덕에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내년 1분기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 움직임에 따른 실적 회복 전망과 한국 정부의 'AI(인공지능) 반도체 강국' 선언에 따른 정책 지원 움직임도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릴 만한 요소다. 내년 삼성전자와 LG 전자 등 글로벌 가전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미니 LED TV(100~3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텔레비전)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중소 반도체 기업 실적 기대감도 커졌다. LED 제작용 와이캅(Wicop) 독자 기술을 보유한 '세계 4위 LED 제조업체'(매출 기준) 서울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증권사들은 한국 서울반도체·중국 산안광전·대만 에피스터가 내년 미니 LED TV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서울 반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퀀텀 점프'를 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목표 주가를 각각 2만4000원, 신한금융투자는 2만6000원으로 설정한 바 있다.

다만 한국 반도체 업계는 글로벌 시장 지각 변동과 치열한 기술 경쟁 한 가운데 서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공세가 다소 잠잠한 듯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최근 미국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한다는 취지에서 대만과 손잡는 한편 미국 '반도체 자급자족'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와 더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회사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 극자외선(EUV) 장비 공급계획과 운영 기술 발전 방안, AI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EUV는 두께 7㎚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필수 기술이다.

한편 지난 6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차세대 D램 'DDR5' 을 처음 출시했다. DDR5는 기존 DDR4보다 2배 빠른 차세대 메모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DDR5가 오는 2022년 D램 시장의 10%, 2024년에는 43%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대규모 인수·합병(M&A)이 한창이다. 최근 AMD는 '삼성 인수설'이 돌던 특수 반도체(무선통신과 데이터센터, 자동차·항공 부문 반도체) 제조업체 자일링스를 상대로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금액은 웃돈을 얹어 최소 300억 달러(약 34조 575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5년 알테라를 인수한 경쟁사 인텔에 AMD가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다. 한편 지난 달 13일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암(ARM)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 달러(약 47조원)에 인수하기로 해 반도체 업계 지각 변동을 예고한 바 있다. 400억 달러는 업계 M&A 사상 최대 규모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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