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전날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윤 전 국장은 옵티머스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고 금융계 인사들을 연결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15일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피해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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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국장의 존재가 알려진 건 검찰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를 수사하면서다. 지난 6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대표는 윤 전 국장에게 2000만원의 돈을 송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등 펀드 수탁사 임원을 소개받는 대가로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윤 전 국장은 금감원 광주지원장을 지낸 인물로 지난해 6월 정년퇴임했다. 이후 2014년 지역농협 상임이사로부터 금감원 검사에 따른 징계수위를 낮춰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고, 2018년에는 대출알선을 대가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올해 7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사태 때도 금감원 현직 직원이 금감원 내부 검사 자료를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금감원의 김모 전 행정관은 청와대 파견 근무 중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돈을 받고 금감원의 라임 관련 검사 문건을 전달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대가로 김 전 회장으로부터 37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김 전 행정관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현직 간부들이 금품을 수수하고 브로커 행세를 한 사실에 경악하는 분위기다. 라임 사태에 연루된 김 전 행정관은 블록체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등 금감원 내부에서 잘 나가는 직원이었다. 한직에 밀려난 것도 아니고 승승장구하는 금감원 직원까지 수천만원의 금품을 거리낌없이 받을 정도면 금감원 직원들의 도덕불감증이 위험 수준까지 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금융사 직원은 "금감원이 DLF·라임 같은 금융사고를 이유로 금융사 임직원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있는데, 정작 금감원 직원들이 대규모 금융사고에서 브로커 노릇을 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금융사 징계를 이야기하기 전에 집안 단속부터 서둘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금감원 직원 한두명의 일탈이 아니라 윗선에서부터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의 실질적인 대주주인 양호 전 회장의 녹취록을 여럿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서 양 전 회장은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을 만나기로 했다거나 금감원이 자신을 VIP 대접해준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 전 회장은 옵티머스 고문을 맡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그리고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최흥식 금감원장과 경기고 동문이다.
녹취록을 들은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 내용만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정황 증거는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옵티머스와 관련해 금감원에 일곱 차례 민원이 접수됐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강민국 의원은 "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은 사전에 사기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금감원이 방조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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