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김봉현,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 입수
금감원 이어 靑 민정수석실에도 로비 정황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뉴시스 |
법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한 라임자산운용의 배후 전주(錢主)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까지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 화면을 본지가 13일 입수했다.
라임 사태가 터질 것을 우려하는 지인과의 대화에서 김 전 회장은 “나는 경비를 아끼지 않는다”며 “금융감독원이고 민정수석실이고 다 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금감원 출신 청와대 행정관에게 뇌물을 주고 라임자산운용 검사 계획서를 빼돌렸다는 것은 이미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실에 로비를 했다는 취지의 김 전 회장 발언 역시 빈말이 아닐 것이라는 법조계 평가가 나온다.
라임 김봉현 전 회장이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 화면/본지 입수 |
김 전 회장이 지인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은 시점은 작년 5월 26일이다. 당시는 1조 6000억원대 피해를 끼친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이었다. 김 전 회장은 개명 전 이름인 ‘김기만’으로 저장돼 있다. 문자 메시지 대화는 김 전 회장이 즐겨쓰던 해외 메신저로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마카오에서 도박을 하다가도 일요일이면 예배를 보기 위해 국내에 입국했다 다시 출국하기도 했다.
라임 김봉현 전 회장이 지인과 나눈 문자 메시지 화면/본지 입수 |
무슨 일이냐는 김 전 회장의 물음에 사업상 지인은 “증권사 있는 친구랑 통화했는데 그 친구 말이 요즘 여의도에 라임 돌려막기 한다고 소문 다나서 조만간 사고날 것 같다고 한다”며 “걱정도 되고 인사도 드릴려고 전화드렸다”고 했다.
실제 라임자산운용은 고객 투자금을 쌈짓돈처럼 빼돌려 돌려막기 하는 수법으로 사태를 키웠다. 라임 사태는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약 두달 뒤인 작년 7월 22일 경제 매체에서 관련 보도가 시작되며 본격화 됐다.
금융권에서 라임 사태가 터질 것을 우려하는 지인에게 김 전 회장이 들려준 답변은 의미심장하다.
김 전 회장은 “형이 일처리 할 때 경비를 아끼는 사람이든가”라며 “금감원이고 민정실에도 다 형 사람이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찌라시 소문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잘해달라”고 덧붙였다. 지인은 “회장님 하시는 일인데 사고가 있겠느냐. 그냥 이런 소문도 있다고 알려드린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전 회장 본인은 일처리를 할 때 경비를 아끼지 않는데, 금감원과 민정실도 다 자신의 사람이라는 말은 금감원과 민정실에 금품 로비를 했다는 정황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앞서 라임 펀드 판매사 대신증권 직원은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김 전 회장을 “어마무시하게 로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일부 드러난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한 김 전 회장의 로비 행태를 보면 ‘민정실도 다 내 사람’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4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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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금감원에도 다 내 사람”이라는 김 전 회장의 발언은 재판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광주 고향 동갑내기 친구로 금감원 내 에이스로 평가받던 김모 전 팀장이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을 가자 룸살롱에서 어울리며 5000여만원을 뇌물로 주고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 계획서를 빼돌렸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달 1심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강기정 전 정무수석이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김봉현 라임회장에 대한 소장 접수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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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회장이 지인과 라임 사태에 대한 대화를 나눈 지 약 두달 뒤인 작년 7월 22일 라임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을 제기하는 경제 매체 보도가 시작되며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론 보도 닷새 뒤인 작년 7월 27일 김 전 회장은 광주 MBC 사장을 지낸 이모씨를 통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사건 무마 청탁용으로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지난 8일 열린 이씨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은 “5만원짜리 현금다발로 5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이씨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씨가 강남 호텔에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는 CCTV 장면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이 이씨에게 5000만원을 준 다음 날인 작년 7월 28일은 일요일이었다. 이씨는 이날 청와대에서 강 전 수석을 만났다. 강 전 수석은 이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강 전 수석은 이와 관련해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라임자산운용 김봉현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조사를 받았거나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 왼쪽부터 민주당 이상호 전 지역위원장, 민주당 기동민 의원,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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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시하게 로비를 한다”는 김 전 회장의 로비 정황은 아직까지 일부만 드러난 상태다. 고향 친구인 청와대 김모 행정관에게 5000여만원을 뇌물로 줬던 김 전 회장은 이상호 전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에게 8000여만원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지역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다.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김 전 회장으로부터 1원 한 푼 받은 적 없다”던 이 전 위원장은 지난 7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2016년 총선을 전후해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의 정치자금과 고급 맞춤 양복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기 의원은 2015년엔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김 전 회장이 빌려 놓은 필리핀 골프 리조트로 접대 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도 제기돼있다. 기 의원은 “양복을 받고 필리핀을 다녀온 것은 맞지만 돈은 안받았다”는 입장이다. 기 의원은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의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의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역시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13일 페이스북에 “저는 라임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검찰 조사로)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5년 기동민 의원과 함께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 등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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