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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단독] 獨 슈뢰더 前 총리 부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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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당국, 14일까지 철거 요청 상태

한·일·독 삼자 얽힌 외교 문제로 비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인 가운데,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가 당국에 철거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조선일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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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게르하르트 슈뢰더·소연 슈뢰더 김 부부는 최근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결정을 내린 슈테판 폰 다쎌 베를린 메티구 구청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 “결정을 결코 이해하기 어렵다”며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反) 역사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슈뢰더 부부는 “독일은 나치의 역사를 청산하면서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는데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 범죄를 은폐하는데 가담해서는 안 된다”며 “독일 외교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1998년부터 7년 여간 재임한 슈뢰더 전 총리는 2017년 9월 방한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을 찾는 등 한국의 과거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2018년 한국인인 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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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소녀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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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문제는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삼자(三者)가 얽힌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베를린 메티구청은 7일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계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n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이달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는 등 이번 결정에는 일본 정부의 전방위 외교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것을 인위적으로 철거하고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일본 스스로 밝힌 바 있는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도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아래는 슈뢰더 전 총리 부부가 독일 미테구 앞으로 보낸 편지 전문

존경하는 슈테판 폰 다쎌 베를린 미테구청장님

Sehr geehrter Bezirksbürgermeister Stephan von Dassel,

저는 소연 슈뢰더-김입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소식을 TAZ 신문을 통해 들었습니다.

저는 귀 구청의 결정을 결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은 소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입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이제 몇 분 되지 않는 고령의 생존자들과 만났습니다. 일본정부가 이러한 잔인한 전쟁폭력의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침묵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역사를 망각하는 처사입니다.

저는 베를린 미테구청이 독일 외교부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독일은 나치의 역사를 청산함으로써 전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 관청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는데 가담해서는 안 됩니다. 독립된 시민단체는 일본의 전쟁범죄를 공개적으로 알리고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베를린 미테구가 평화의 소녀상 허가를 그대로 유지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안부를 전합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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