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된 연락사무소 관련해선 “직통전화 등 시설·장비 점검 중”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통일부는 8일 북한이 최근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도 남북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북측이 신속히 사과했고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등을 했다는 게 긍정적인 신호라는 설명이다. 다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남북 공동조사 요청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위문 전문을 보낸 상황 등으로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 터라 통일부의 이번 해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일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북한 동향과 관련해 “9월 남북 정상 간 친서를 교환한 점과 북한이 사과 통지문을 신속히 발송한 것 등을 볼 때 북측이 (남측과의) 관계 악화는 원치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다만 북측이 공무원 피격 사건 공동조사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점, 남측이 수색 과정에서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경고한 일, 남북 간 영해 기준 차이 등으로 “남북 간 긴장 요인은 상존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달 28일 북한에 우리 공무원 피격 사태와 관련해 남북 공동조사와 군사 통신선 재개 등을 요청했으나 북한은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3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위문 전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북한이 의도적으로 우리 정부의 제안에 답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위문 전문에서 “나는 당신과 영부인이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라며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깜짝 만남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
통일부는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반인륜적 행동’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사실관계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남북 공동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발 방지를 위한 군 통신선 복구·재가동 등 남북 간 채널의 복원을 추진하겠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남북협력사업은 당분간 보다 신중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향후 정세에 대해서는 “북한의 오는 10일 당 창건일과 11월 미국 대선, 내년 1월 북한 당 대회 등을 계기로 한반도의 정세가 ‘현상유지’에서 ‘현상변화’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북한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대해선 “경제적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신형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 등 존재감을 부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공개할 수 있는 신형 전략무기 종류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이동식 발사 차량,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예로 들었다.
통일부는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 이후 남북·북미 관계 관련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신속한 북미협상 재개 또는 일정 기간 조정국면 지속 등 대북정책 기조가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또 북한이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계기로 미국의 대북정책 동향과 남북관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향후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6월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도 “연락사무소와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 시설·장비를 점검하고 대비 태세를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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