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허리케인이 유가 지지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와 추가 경기 부양책 관련 불확실성이 원유 시장 내 투심을 위협하면서, 국제 유가는 3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7일(현지 시간)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8%(0.72달러) 떨어진 39.9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12월물은 배럴당 1.6%(0.66달러) 내린 41.99달러에 체결됐다.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 패키지 도입이 불투명해지면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인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경기 부양책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유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시 항공 업계 지원과 가계에 대한 현금 지급 등에 대한 협상을 타결할 것을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등 민주당에 촉구했다. 전체 부양 패키지보다 일부 부양책을 도입해 특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제한적으로라도 경기 부양책이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뉴욕 증시에는 급등세가 나타났으나, 원유 시장은 이 같은 기대가 반영되지 않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음 달로 예정된 대선에 맞춰 성공적인 부양 패키지가 적시에 도출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마스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또한 포괄적 경기 부양책에 대한 합의를 낙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부양책과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복용 중인 스테로이드 약물이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가 4주 만에 늘어났다는 소식도 유가의 발목을 잡았다. 현지 내 원유 수요 위축 우려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약 5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상반되는 결과로,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집계에 따르면 10만 배럴 감소로 전망된 바 있다.
휘발유 재고는 약 144만 배럴, 정제유 재고는 96만 배럴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두 유종은 각각 10만 배럴과 11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휘발유 경우 이를 웃돌았으나 정제유는 소폭 하회하는 모습이다.
또 미국 내 원유 생산ㆍ정제 설비 가동률은 77.1%로, 전주에 기록한 75.8%과 시장 기대치인 75.7%를 상회했다.
다만, 멕시코만으로 접근하고 있는 허리케인 델타의 영향이 유가의 낙폭을 제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원유 생산ㆍ정제 설비들이 밀집한 멕시코만은 미국 전체 원유 생산의 17%를 차지하는 주요 산유지다. 당국에 따르면 해당 지역 내 석유 플랫폼의 폐쇄율이 이달 6일 오후 기준으로 29.2%를 기록했다.
허리케인은 이날 멕시코만에 상륙해 미 대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보됐으며, 따라서 현지 원유 생산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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