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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LPGA 첫 커밍아웃 레즈비언의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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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ANA 인스퍼레이션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스 미션 힐스 골프장에 있는 다니아 쇼어의 동상. 이 곳에서 같은 기간에 '더 다이나'라는 이름의 레즈비언 축제가 열린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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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는 Ladies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이 아니라 Lesbian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의 약자라는 농담이 있다. 과거 LPGA 투어 대회에 가면 선수를 따라다니는 여성 파트너들을 보기 어렵지 않았다고 나이 지긋한 골프기자들은 회고한다.

여성 운동선수 집단에서 레즈비언이 많은 현상을 영국 itv 등은 사회심리학자들을 인용, ^일부 잠재해있던 성향이 끼리끼리 모이면서 발현되고 ^어릴 때부터 남자처럼 운동해 여성성이 적은 선수들이 있고 ^남성 집단에서는 여자 같은 남자는 이상하게 여기고 왕따를 당하지만 여성 집단에서는 남자 같은 여성에게 끌리는 일이 생기며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어 스포트라이트가 적어 보다 자유롭다고 분석한다.

1990년대 미국의 한 방송사 골프 해설자는 “LPGA 선수 중 40%가 레즈비언”이라는 발언을 했다. 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1996년)한 머핀 스펜서-데블린은 2014년 성소수자 미디어인 베이 타임스에 “LPGA 투어 선수 대부분이 레즈비언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는 3분의 1 정도”라고 했다. 반면 크리스티나 김은 자신의 책 『김초롱의 스윙』에서 10% 정도라고 썼다.

어떤 수치가 맞든 LPGA 투어는 레즈비언들이 많다는 인식은 미국에서 상당히 확고한 듯하다.

1997년 나온 영화 '오스틴 파워'에서다. 닥터 이블의 애인이었던 여성이 어느 날 여성 파트너를 데려오는 장면이 나온다. 그 상대 여성이 LPGA 투어 선수였다. 그만큼 LPGA에 레즈비언이 많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레즈비언 축제로 꼽히는 ‘더 다이나’는 LPGA 투어 메이저인 ANA 인스퍼레이션(원래 이름 다이나 쇼어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에서 같은 기간에 열린다. 여성 동성애자들이 레즈비언이 많은 LPGA 투어 대회에 따라 왔다가 더 큰 축제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투어의 레즈비언들은 스폰서를 잃을까 우려해 성 정체성에 대해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여성성을 강조하던 투어 측에서도 대회 스폰서가 사라질까 걱정해 선수들의 공개를 말렸다. 스펜서-데블린은 “커밍아웃 당시 분위기가 전혀 우호적이지 않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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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리드는 LPGA 투어의 첫 커밍아웃 레즈비언 우승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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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자 선수들은 “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항의했고, 레즈비언들도 “그런 걸 왜 밝히느냐”며 눈총을 줬다고 한다. 42승을 한 산드라 헤이니는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멘토이자 연인이라는 소문이 많았는데 끝내 밝히지 않았다.

공개한 선수가 더러 있기는 하다. 35승을 한 패티 시한, 13승의 로지 존스, 18승의 메그 맬런, 33승의 베스 대니얼 등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성기 때가 아니라 40대가 넘어 커밍아웃했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3년 사이에 젊고 장래가 창창한 선수들이 정체성을 공개했다. 라이언 오툴(33)은 2017년 레즈비언 미디어에 “파트너와 살고 있다”고 인터뷰했다. 멜 리드(33)도 지난해 공식적으로 커밍아웃했다.

그래서 5일 숍 라이트 클래식에서 멜 리드의 우승은 의미가 있다. 리드는 LPGA의 첫 커밍아웃 레즈비언 우승자가 됐다. 유럽에서 활동하던 리드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한 영향력과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가장 큰 무대인) LPGA 투어에 왔다”고 했다.

골프는 보수적이다. 서양의 다른 스포츠에서 커밍아웃이 흔해졌지만 남자 골프에서 동성애자임을 드러낸 선수는 테드 후지카와 외에는 없다. 리드의 우승은 이제 변화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스펜서-데블린은 “남자 선수들이 우승하고 부인과 키스를 하는 게 부럽다”고 했다. LPGA 투어에서 누군가 우승하고 여자 친구와 포옹을 하는 장면이 나올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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