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누명 쓴 누나의 억울한 죽음… 피말리 듯 악랄하게 괴롭혔다”

“누명 씌운 학부모들 강력 처벌” 요청하는 국민청원 글 올라와

"아동학대 누명쓴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가해자들에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학부모들의 아동학대 주장에 시달리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저희 누나의 억울한 얘기를 들어주시고 청원에 동의해 달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지난 4일 작성된 이 글에서 청원자는 “누나에게 누명을 씌운 학부모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던 A(여·30)씨는 지난 2018년 11월 2일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아이의 학부모들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

아이의 조모 B(60)씨와 엄마 C(37)씨는 A씨를 향해 ‘싸가지 없는’ ‘거지같이 생겨가지고’ ‘웃지 마 X년아’라며 욕설을 하고 손으로 밀치기도 했다. 아이가 A씨로부터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2019년 3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어린이집 내 방범카메라 영상을 분석하고 아이의 진술을 확인했지만 아동학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아동보호 전문기관도 “아동 학대 혐의가 없다”는 소견을 냈다.

청원인은 “고인이 된 누나는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했다. 이어 “어린이집 안팎에서 제 누나가 아동학대를 했다며 원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과 인근 병원 관계자에게 거짓말했다”면서 “누나의 생계를 끊을 목적으로 시청에 계속 민원까지 제기하고, 어린이집의 정상적인 보육 업무를 방해했다”고 했다.

세종시청에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이 계속되면서 어린이집 원장은 A씨에게 “일을 그만둬 달라”고 요청했다. 청원인은 “이 일로 우울증을 앓았던 누나는 일자리를 그만뒀고, 심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면서 “피를 말리듯 악랄하게 괴롭히고, 누나의 숨통을 조여온 것”이라고 했다. 극심한 고통을 겪던 A씨는 결국 지난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청원인은 “학부모들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형사조정기간에도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고 했다.

청원인은 끝으로 “어머니는 금쪽같던 딸을 잃고도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 못 하고 속만 끓였다”면서 “가해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한편 이와 같은 억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5일 오후 4시 30분 기준 해당 청원글은 1만8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앞서 검찰은 업무방해와 공동폭행,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B·C씨에게 벌금 100~200만원의 약식처분을 내렸다. 이에 피고인들은 “폭행과 업무 방해는 없었다”면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최근 대전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B·C씨에게는 각각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피고인들을 징역형으로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하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면서 “법률상 범위 내에서 벌금 액수를 상향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B·C씨는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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