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몰아 보육교사 극단 선택.. 母女 엄벌해달라” 청원

아동 학대 가해자로 몰리는 누명을 쓰고 폭언·폭행 등을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보육교사 사건과 관련해 “벌금형만 받은 가해 학부모들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4일 올라왔다.

/조선DB

청원인은 이날 “아동학대 누명을 쓰고 ‘역겹다’ ‘시집가서 너 같은 XX 낳아’ 등의 폭언으로 어린이집 교사였던 저희 누나가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억울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저희 누나를 위해 A(60)씨와 그의 며느리 B(37)씨에게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와 같은 억울한 일들이 잃어나지 않도록 청원에 동의해달라”고 썼다.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과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 2018년 11월 B씨의 아이가 다니는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에 찾아가 여성 보육교사 2명을 수차례 손으로 밀치거나 잡아당기는 폭행을 했다.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들은 보육교사들에게 “싸가지 없는. 하여튼 이런 개념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하거나 “웃는 것도 역겹다. 아주 거지같이 생겨가지고”라며 폭언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집 내 CCTV 녹화 영상에선 아동 학대를 입증할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도 “아동 학대 혐의가 없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검찰은 작년 3월 A씨 등이 보육교사들을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검찰의 처분이 나오기 전까지 A씨 등은 보육교사들에 대해 음해하는 말을 퍼뜨리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청원인은 주장했다. 세종시청에 해당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보육료를 부정수급하고 있다’는 등의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는 것이다. 민원이 이어지자 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에게 퇴직을 요청했다. 청원인은 “이 일로 우울증을 앓았던 누나는 일자리를 그만뒀고, 심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며 “피를 말리듯 악랄하게 괴롭히고, 누나의 숨통을 조여온 것”이라고 했다. 결국 보육교사는 지난 6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와 B씨는 업무방해·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모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청원인은 이 과정에서도 가해자들이 “형사조정 기간에도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며, 조정관 앞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깟 벌금과 약식기소’라고 생각하며, 사법기관의 처벌도 비웃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초 이들을 벌금 100만∼2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A씨 등이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이들에게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백 판사는 “죄질이 매우 나쁨에도 ‘해당 교사가 예의 없고 뻔뻔하게 대응해 흥분한 것일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면서 “피고인들을 징역형으로 엄중히 처벌함이 마땅하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은 벌금 2000만원 판결에 불복해 최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반성은커녕 항고했다는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청원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이 청원에는 5일 오후 4시 기준 1만8000여명이 동의했다.

[김명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