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한 연기 등 ‘옥토버 서프라이즈’ 물건너간 듯
문대통령 ‘한반도 평화구상’ 제동…김정은 위로전 ‘긍정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으로 차를 타고 나와 지지자들 앞을 지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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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이달 초 방한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면서 ‘종전선언’을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11월 미국 대선 전 북한과 미국이 깜짝 반전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도 물 건너간 모양새다.
미국 백악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5일 퇴원한다. 일시적으로 건강이 악화하는 증세를 보였지만 현재는 퇴원을 거론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좋아졌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양성 판정은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는 7일 예정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갑작스럽게 연기되면서 모처럼의 대면 외교를 통해 한미 간 현안을 풀고자 했던 양국 구상도 뒤틀렸다. 이에 따라 8일 오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강경화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도 취소됐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한미관계와 한반도 정세, 지역·글로벌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한국 공무원 사살로 한반도 정세가 더 나빠진 상황이라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과 몽골 방문 일정은 조정하면서 일본에는 계획대로 가는 것을 두고 한국보다 일본과 협의를 더 중요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을 취소하는 등 일각에서 기대했던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의제에 더 집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에 이어 곧 대선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논의 등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미 당국자들이 연쇄적으로 접촉하며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달에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잇따라 방미해 미국측과 ‘한반도 종전선언’ 카드를 논의해왔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3일 위로전을 보낸 것은 문 대통령에게 긍정적인 대목이다. 박 교수는 “북미정상 간 통 큰 결정, 톱다운 방식을 원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재선을 바랄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친서를 보내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상황을 관리하는 분위기로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으로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은 우리 정부로선 더 고심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성 판정 후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종전선언 논의는 빨라도 내년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이뤄질 수 밖에 없어서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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