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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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10월 중 북미 간 깜짝 협상을 의미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은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다음달 3일 미국 대선 이후에나 북미 접촉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한 남북 정상 간 화상회담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4~6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며, 몽골과 한국 방문은 취소했다고 밝혔다. 한국 방문은 오는 7~8일 계획된 상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COVID-19)에 확진되면서 일정을 급히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방문의 경우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다자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회의가 목적이었기에 취소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연기된 것과 관련하여 미측으로부터 사전 설명을 받았다"며 "조속한 시일 내 다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은 10월 중에 아시아를 다시 방문하길 고대하고 있으며, 일정을 다시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 중에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사전작업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기대도 현실화되지 못하게 됐다. 당초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경우 시기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한미 당국자들 간 종전선언 관련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확인되며 기대감이 올랐던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미 대선이 한 달 남은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 게 최대 변수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복하려면 최소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중 방한을 재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 된다. 북미 정상 혹은 고위급 간 이벤트가 발생하기에는 지나치게 시간이 촉박한 셈이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3일 방송에 출연해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대해 "애초부터 현실성이 높지 않았다"며 "10월의 서프라이즈가 온다고 해서 미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보지도 않고, 그런 것을 하려고 하면 북이 요구하는 조건을 미국이 이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짧은 시간에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일단 당장의 '서프라이즈' 보다 미국 대선 이후까지 관망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상황에서, 수해 등 국내 문제에 일단 집중하고, 미 대선 이후 새롭게 구축된 국제정세에 맞춰 협상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친서 외교'를 통해 남북미 간 관계 유지에 나선 것은 이같은 분석의 증거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3일 코로나19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문전문을 보내 "나는 당신과 영부인이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라며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코로나 상황으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친서를 통한 비대면 외교를 통해 대미, 대남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며 "미국 대선 결과와 북미관계의 향방은 불투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 없는 친분을 과시함으로써 상황 급반전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관망세를 보일 김 위원장에게 우리 정부가 보다 과감한 행동을 해서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중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남북 정상 간 대면회담이 어렵다면, '화상 회담'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정인 특보는 "11월이 되면 미국 대선이 끝나니까 그 후에 어떻게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추동해 나가느냐는 것을 (남북 정상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코로나 때문에 대면 회동이 어려우면 비대면 회동이라도 해야 한다. 화상회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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