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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듣다 '얼평'…대학생이 집에서도 마스크 쓰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민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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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듣다 '얼평'…대학생이 집에서도 마스크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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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대학교 비대면 강의 모습.(사진 독자 제공)/사진=한민선 기자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대학교 비대면 강의 모습.(사진 독자 제공)/사진=한민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강의를 듣고 있는 대학생 김나연씨(24·가명). 김씨는 강의를 들을 때마다 아무리 답답해도 꼭 마스크를 착용한다. 김씨는 "집에서 듣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해서 쓰는 게 아니다"라며 "다른 학생들에게 무방비로 얼굴이 노출되는 게 두렵다"고 토로했다.

대학이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비대면 강의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생들이 실시간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얼굴과 주거지를 노출하게 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내 얼굴도 실시간 중계…얼굴 캡처·평가 두려워"



주요 대학들이 비대면 2학기 개강을 한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주요 대학들이 비대면 2학기 개강을 한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4년제 대학 82개교(41.4%)와 전문대학 50개교(37.3%)는 전면 비대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 비대면 강의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교강사가 녹화를 한 수업을 추후 온라인으로 듣는 형식과 화상 수업 도구인 줌(Zoom)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형식이다.


일부 실시간 비대면 강의의 경우, 교강사의 요구에 따라 학생들도 웹캠을 켜고 얼굴을 공개한 채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교강사뿐만 아니라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이에 대해 김씨는 "내 얼굴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느낌"이라며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는데, 얼굴이 나온 화면을 캡처해 공유하며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학생들도 있는 걸로 들었다. 얼평(얼굴 평가)를 당하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얼굴을 캡처할 수 있어 과거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 자연스럽게 얼굴이 공개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집 안 공개 창피해서 매일 카페 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웹캠을 통해 집 내부가 노출되면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원룸, 고시원 등에서 자취를 하는 경우 원치 않아도 집안이 훤히 보이게 되는 것이다.

대학생 A씨(25)는 "어느날 같이 강의를 듣던 친구가 빨래가 보인다고 말해줬다"며 "자세히 보니 집이 좁아서 건조대에 있던 빨래들이 일부 보였다. 외출복 밖에 없었지만, 속옷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찔했다"고 했다.


사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근처 카페에서 비대면 강의를 듣는 경우도 있다. 대학교 4학년생인 성모씨(26)는 "집 안 모습이 공개되는 게 창피해서 매일 같이 카페에 출석한다"며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는데, 맨날 카페에 가고 있으니 뭐하는 건가 싶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교강사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웹캠을 키고 있다. 대학교 4학년생인 B씨(23)는 "10명 중 2~3명 정도는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며 "이마만 보여주거나 얼굴을 일부만 공개한 학생들도 있었는데, 교수님이 무조건 얼굴을 다 보여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대면 강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웹캠을 무조건 켜야 하는 수업 방식에는 회의감을 드러냈다. B씨는 "어차피 과제, 시험 등 다른 평가 방식이 존재하는데 굳이 웹캠을 켜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학생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자율성을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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